이달의 남성 (3) - 자비의 전화 상담가 류재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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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선으로 전해지는
부처님 사랑
자비의 전화 자원봉사자 류재창 씨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 자신의
문제만으로도 힘겨워하며 산다.
내 직장, 내 가정, 내 미래,
‘나’를 중심으로 점점 커져만 가는
큰 고민들에 눈이 멀어 다른 이들의
어려움을 보지 못하는 메마른 세상에,
자비의 전화 자원봉사자 류재창 씨는
단비와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제가 받는 상담전화의 80%가 여성분들의 전화입니다. 아마 여성 상담자분들은 저와 반대로 남성분들 전화를 더 많이 받을지도 모르죠.” 웃으면 눈가에 잔주름이 사무름 잡히는 류재창 씨는 내담자가 저절로 마음을 열게 할 듯한 너그러운 목소리를 가졌다. “사실 전화 상담을 하다보면 너무나 놀라게 되는 일이 많습니다. 상담 내용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이 불륜, 근친상간 등의 성문제에요. 이 사회가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 얼마나 많이 병든 상태인지 알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상담이 중요하지요.”
류재창 씨는 모든 불교의 기초가 상담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님의 설법도 부처님을 찾아온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그들의 고통을 덜어준 상담과정에 다름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처님 경전이 모두 상담입니다. 저는 불법을 전하겠다는 원으로 포교사 자격증을 땄어요. 포교 전문분야를 선택해야 하는데, 불교상담을 모르고는 불교의 쉬운 이해와 실천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상담을 택했습니다.”
본래 기독교 신자였던 그는 95년 말 우연히 한 일간지에 조그맣게 난 능인선원 지광스님 인터뷰 기사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다. 불교에 대해 전혀 몰랐지만 무작정 능인선원을 찾아갔고, 스님의 법문에서 ‘참나’를 알지 못하고 살아가는 중생의 가여운 모습이 바로 자신의 모습임을 깨달았다. 이것이 불교와의 처음 인연이 되어 그 후 불교대학 및 여러 조계종 교육 과정을 모두 거쳐 포교사 자격까지 얻었다. 그 후 2001년부터 지금까지 조계종 불교상담개발원 자비의 전화에서 자원 봉사를 계속해오고 있다.
요즘은 바빠서 전처럼 많이 봉사하고 있지는 못하다고는 하지만, 류재창 씨는 전화상담, 사이버 상담을 합쳐 매주 토요일마다 4시간씩 상담을 한다. 무역업을 하는 그이기에 평소 직장 생활에서도 전화 통화를 많이 하는데 모처럼 쉴 수 있는 토요일에 또 몇 시간씩이나 계속 전화를 한다는 것이 힘들지 않을 리 없다.
“그래도 저는 상담하는 것이 좋아요. 무엇보다 보람 있는 일이거든요. 처음에는 상담이 두렵기도 하고 많이 힘듭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정말 상상도 못했던 문제들이 너무 많아요. 그래서 상담원들이 초기에 그만 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고비를 넘기고 1년이 지나면 능숙한 상담원이 되지요. 이제는 상담을 겁내거나 거부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에서 거부감이 생기면 실제 충실한 상담이 되질 않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상담은 곧 자기 수행과 직결된다. 자기가 수행이 되어 있지 않으면 남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기 때문이다. 상담은 내담자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상담이론을 통달했다 하더라도 지식만으로는 진정한 상담이 될 수 없다. 결국은 자기 수준 정도에서밖에 상담을 해 줄 수 없기에 끊임없는 자기 수행이 요구된다.
“상담자는 언제나 깨어 있는 의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내가 깨어 있어야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추어 줄 수 있거든요. 내담자들은 자기가 잘못된 것을 몰라요. 사회적 통념에 비추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알아도 사실 마음속으로는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죠.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면서 은근히 인정을 받고 싶어 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그들에게 잘못되었다고 말하거나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조언하는 것은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상담자는 먼저 내담자를 지지하고 격려하고 칭찬하며 그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죠. 그냥 잘 경청해 주기만 해도 상담의 50%는 성공입니다. 상담자가 해야 할 일은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을 통찰할 수 있도록 맑은 거울이 되어 주는 거예요.”
결국 모든 문제의 출발은 ‘나’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 계속 사회 탓, 부모 탓, 자식 탓만 하며 고통 속을 맴돈다. 한번은 사십 대 중반 여성이 상담전화를 걸어왔다. 어떻게 하면 간편하게 빨리 죽을 수 있는지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왜 죽으려 하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의 삶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대답했다. 그녀는 대학원을 졸업한 전업주부로 남편의 무관심과 아이들에게서의 소외감 때문에 자기 자신의 존재가치를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왜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유도합니다. 이분은 자존심만 강하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전혀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결국은 자기가 남편을 학대했고 아이들로부터의 소외를 유도한 셈인데도 모든 잘못을 외부로 돌리고 있었던 거죠. 모든 것이 자기가 만든 일임을 깨닫게 하고 먼저 베푸는 방향으로 삶을 전환하도록 상담을 해 주었어요. 두 시간여에 걸친 전화 통화 끝에 그분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어 너무나 감사하다고 했을 때 참으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류재창 씨는 자비의 전화 외에도 불교상담개발원이 운영하는 사이버 상담실 ‘자비24’의 상담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사이버 상담은 주로 일반적인 인생 상담이나 신행 교리 상담이 많아 전화상담보다는 내용이 덜 심각하지만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글을 써서 대답해야 하기 때문에 더 어렵다고 한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불자들 뿐 아니라 타 종교인들도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류재창 씨는 사이버 포교에서 큰 가능성을 보고 있다. 그래서 아예 ‘산사의 풍경소리’라는 까페를 개설해 좀더 편안한 분위기로 많은 사람들과 불교와 상담, 삶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다. 이 까페를 통해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사람들이 꽤 많아 포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벌써 4년 째 꾸준히 불교상담의 길을 걷고 있는 류재창 씨는 상담을 통해 자기 자신도 크게 성숙했다고 말한다. 다른 사람들의 문제를 들으며 다시 한 번 나의 문제를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라고. 상담을 하다 보니 평소에도 누구와도 편안하게 대화할 수 있고, 누구든 힘겨워하는 사람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얘기를 나누며 상담을 해 주게 된다는 류재창 씨. 불교계 유일의 상담기관인 자비의 전화 상담원으로서, 그는 불교상담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 “상담은 내가 나를 찾아가는, 내가 행복해지는 길입니다. 과정은 어렵지만 나와 남이 모두 행복해지는 길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자비의 전화 (02)737-7374~6
자비24 www.jabi24.org 산사의 풍경소리 cafe.daum.net/buddhajk
2004. <여성불교>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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