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남 - 만행

황금 불탑의 나라, 미얀마를 가다

마음정원(寂光) 2009. 9. 24. 13:15

 

황금 불탑의 나라, 미얀마를 가다

불기2553년부처님오신날특집Ⅱ  / 창간50주년 기획1

 

우리에게 ‘버마’라는 이름이 더 친숙한 나라. 인도차이나반도와 인도 대륙 사이의 비옥한 지대에 남북으로 뻗어 있는 미얀마는 오랜 역사를 지닌 불교국가다. 2500여 년의 찬란한 불교문화를 간직하고 있지만 외부 세계에는 군사독재로 인한 복잡한 정치상황과 지난해 5월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미얀마를 대표하는 불교 유적 가운데 하나인 ‘쉐다곤 파고다’의 모습. 미얀마 불자들의 정신적 상징물로 탑 외부에 황금을 입힌 모습이 인상적이다.

  

부처님 품에서 ‘금빛미소’지으며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사람들

 

 5700만 인구 중 90%가 신심 깊은 불자

 마을 중심지마다 ‘짜웅’이라는 사원 존재

  

불교가 국교로 지정된 것은 아니지만 5700만 인구 가운데 약 90% 정도가 불교를 믿고 있을 정도로 불심이 깊으며,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불교 문화와 전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등 사회 모든 분야가 불교와 밀접하게 연관을 맺고 있다. 그들에게 불교는 하나의 종교가 아니라 생활, 그 자체다. 영국 식민지라는 아픈 역사와 경제 빈곤, 정치 상황에 대한 외부 세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사람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현재에 만족할 줄 아는 삶의 배경에는 불교가 자리 잡고 있다.

마을마다 중심지에 ‘짜웅’이라는 사원이 하나 이상 존재하며, 새벽마다 스님들의 탁발 행렬에 경건한 마음으로 시주하는 불자들의 모습도 미얀마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아이들은 정식으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마을에 있는 사원을 다니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불(佛).법(法).승(僧) 삼보(三寶)와 함께 부모, 스승에 대한 존경심을 배운다. 전국적으로 약 500만기의 불탑(pagoda)이 세워져 있어 ‘불탑의 나라’라고 불리는 미얀마는 세계 최대의 불교국가로서 손색이 없다.

 

  <사진> 아침공양을 탁발하는 스님들(왼쪽)과 쉐다곤 파고다 경내에서 기도 중인 미얀마 불자들.

  

미얀마의 최대 도시는 거대한 황금 불탑 ‘쉐다곤 파고다’로 유명한 양곤이다. ‘전쟁의 끝’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양곤은 지난 2005년 11월 정부가 수도를 네피도로 옮기기 전까지 100여 년간 미얀마의 수도였다.

양곤 시내 어느 곳에서 보더라도 쉽게 눈에 띄는 쉐다곤 파고다는 몬족이 미얀마에 세운 페구왕조 때인 1453년에 건설됐다. 높이 100m, 둘레 426m에 달하며 기단부는 정사각형이고, 기단 윗부분은 원뿔형으로 위로 올라갈수록 폭이 좁아지는 형태를 취한다. 탑의 기단 부분에는 64개의 작은 불탑이 탑을 에워싸고 있다. 또 불탑을 중심으로 72개의 크고 작은 건물들이 흩어져 있다. 불탑에는 수많은 불상들이 안치되어 있으며, 내부에는 부처님의 머리카락과 가사, 지팡이 등의 유품이 봉안돼 있다.

<사진> 불탑의 도시 바간의 모습.

2500년 전 두 형제 상인이 부처님을 친견하고 공양을 올리자 부처님께서 여덟 개의 불발(佛鉢)을 하사했고, 형제는 그것을 소중하게 미얀마로 가지고 와서 귀중한 성물을 모실 장소를 물색하다가 이 언덕을 발견하고 쉐다곤 파고다를 건설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모시겠다는 두 형제 상인의 불심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그리고 이곳을 미얀마의 얼굴로 만들었다.

신화와 달리 고고학적으로는 6세기에서 10세기 경 세워졌다고 추정되지만 이야기의 사실 여부를 떠나 쉐다곤 파고다를 순례하는 동안 자연스레 미얀마인의 불심에 젖어 든다. 경건하게 경내를 순례하며 부처님의 가르침과 미얀마 불교를 만나는 일은 유익한 경험이다.

전체가 황금으로 덧씌워져 있는 겉면에는 원래 금판(金板)이 붙지 않았다. 1990년대부터 관리위원회에서 일반인들에게 금판 기증을 권유하면서 현재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또 미얀마 역대의 왕과 불교도들이 기증한 금판으로 외벽을 장식하면서 지금은 각종 보석과 황금으로 뒤덮인 세계적인 불교유적이자 성지순례지로 자리 잡았다. 최초 쉐다곤 파고다는 약 20m에 불과했으나 계속 증축되어 현재 높이에 이르게 됐다. 탑의 높이만큼이나 미얀마 불자들의 불심이 느껴진다. 미얀마 불자들은 당장은 가난하더라도 쉐다곤 파고다에 금을 보시하는 것을 복으로 여긴다.

경내 북서쪽에는 무게가 23톤이 되는 거대한 종 마하 간다(Maha Gandha)가 있고, 파고다 주변에는 열심히 불공을 드리는 미얀마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관광객들뿐 아니라 현지인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는다. 보통 미얀마 불자들은 자신이 태어난 요일이 적혀진 탑 앞에서 정성스레 기도하며 물과 꽃을 공양한다. 내세의 행복을 위해 현세에서 덕을 쌓는 미얀마 사람들이 행복과 안녕을 기원하는 모습은 우리 불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통스런 현세를 벗어나 내세에서는 좀 더 나은 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고대하는 미얀마 불자들. 개인이 구원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은 스스로의 노력에 달려 있다.

 

 <사진> 행선(行禪)을 시작하기 위해 모여 있는 미얀마 스님들(왼쪽)과  사원에서 울력 중인 동자승들의 모습.

 

마을마다 위치해 있는 사원은 마을 공동체를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한다. 사원은 단순히 종교시설로서의 역할 뿐 아니라 교육, 복지, 문화의 중심지이다. 사이클론 나르기스 피해 당시 국제 사회의 원조도 큰 도움이었지만 지역에 있는 많은 사원에서 스님들이 미얀마 국민들과 아픔을 함께 했다. 미얀마 사원을 찾게 되면 스님은 물론 일반 재가자들까지 수행에 전념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미얀마에는 전국 각지에 ‘위빠사나’ 수행을 중심으로 하는 수많은 명상 수행 센터가 있다. 명상 센터는 크게 두 가지 계통으로 나뉜다. 마하시 계통의 수행 센터는 선정을 수행에 전제 조건으로 하지 않는 순수 위빠사나 수행을 지도하고 있으며, 레디 사야도 계통의 수행 센터는 기본적으로는 선정을 닦은 후에 위빠사나 수행에 드는 것이 특징이다.

수행자들의 모습과 더불어 사원에서 생활하는 많은 동자승(사미)들을 만날 수 있다. 미얀마에서는 사미를 거친 후 20세가 된 사람만이 비구가 될 수 있다. 자녀가 비구가 되는 일이 미얀마 불자들에게는 가장 영광스럽고 행복한 일이라고 한다.

사미 기간은 일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 미얀마 남자들은 대개 일생에 한 번 머리를 깎고 몇 주에서 몇 년까지 사원에서 스님 생활을 하게 된다. 이 생활을 마쳐야만 비로소 한 인간으로 인정받게 된다.

미얀마에서 불교에 입문하는 것은 보통 9살 때다. 부모와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삭발 등의 의식을 행하고 코끼리나 말 또는 자동차를 타고 화려한 행렬을 만들어 사원으로 간다. 이를 ‘신퓨’라고 하는데,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식으로 간주된다.

부처님의 행적을 따라 세속의 삶에서 떠나는 경험을 통해 불교의 교리와 정신을 배우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후에도 생활과 행동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성인 남자의 50% 정도가 신퓨 의식을 통해 스님 생활을 체험했으며, 이는 한 번 쯤 거쳐야 할 통과의례와 같은 의미를 갖는다.

반면 미얀마에서는 다른 상좌부 불교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비구니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재가 여성 신도 가운데 머리를 깎고 분홍색 법의를 입은 채 10계를 지키며 살아가는 샤알레이(한국의 비구니 스님)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처럼 남성 중심적인 불교관의 영향으로 비구니 스님에게는 비구 스님들에 비해 존경이 따르지 않는다.

<사진> 가파른 낭떠러지 끝에 위치한 짜익티요 파고다.

양곤에서 남동쪽으로 6시간, 바고 지역에서는 약 70km 떨어진 짜익티요에 위치한 ‘짜익티요 파고다’는 해발 1100m 산정상 절벽 끝에 위치한, 불쑥 튀어나온 원형의 거대한 파고다이다.

 

사원은 마을공동체 이끄는 구심점 역할

수행과  교육 복지 문화공간으로 활용

 

‘은둔자의 머리를 옮겨놓은 파고다’라는 뜻의 짜익티요 파고다는 가파른 낭떠러지 끝에 걸려있는 커다란 둥근 바위에 금을 입히고 그 위에 사리탑을 만든 것으로, ‘황금바위 파고다’ 라고도 불린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머리카락 속에 숨겨 옮기던 한 은둔자가 그의 머리와 닮은 둥근 바위를 발견하고 그 위에 파고다를 세워 부처님의 머리카락을 모셨다고 한다. 미얀마 불자들에게 반드시 한 번 순례하고 싶은 장소로 꼽히며 쉐다곤 파고다, 바간 사원 군과 더불어 3대 성지순례지로 유명하다.

 

<사진> 미얀마 스님들의 공양. 스님들이 공양을 마칠 때까지 신도들이 곁을 지킨다.

미얀마 제2의 도시 만달레이는 양곤에서 북쪽으로 600㎞ 정도 떨어져 있다. 1857년 콘바운 왕조의 수도로 지정된 뒤, 식민지 시대 영국에 의해 미얀마의 중심이 양곤으로 옮겨지기 이전까지 미얀마를 대표하는 도시였다. 세계 최장 목교인 우베인 다리, 미얀마 최대 수도원인 마하간다용 수도원, 4톤 무게의 황금 불상을 안치한 마하무니 파고다 등 많은 불교 유적지와 탑들을 간직하고 있다. 만달레이 북동부 해발 1328m 고원지대에 위치한 인레 호수는 남북 23㎞, 동서 11㎞에 걸쳐 푸른 산과 숲이 물과 조화를 이뤄 멋진 풍광을 만들어 내고 있다.

만달레이에서 남서쪽으로 150㎞ 떨어진 곳에 11~13세기 버마족 바간 왕조의 수도였던 바간. 9세기경 시작된 미얀마의 고도(古都)로 ‘천년 불탑의 도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과거 왕조의 영광을 간직한 문화 예술의 중심지일 뿐 아니라 많은 유적지와 탑들로 가득한 불교의 근원지로도 유명하다. 바간 왕조의 황금기였던 11세기 수많은 불탑들이 건설되었는데 1975년 지진으로 많은 불탑들이 훼손됐다.

과거에는 400만기에 달하는 불탑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2500기 정도가 남아 있다. 정글 사이에서 수많은 불탑이 거대한 사원 군을 이루고 있는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며 앙코르와트, 보로부두르와 함께 세계 3대 불교 성지로 불린다. 바간에서는 시대적 특성에 따라 건축된 다양한 형태의 탑과 사원을 만날 수 있다.

바간의 대표적인 명소는 황금 모래언덕에 세워진 사원 ‘쉐지곤 파고다’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부처님의 앞머리뼈를 봉안하고 있는 불자들의 성지다. 바간 왕조의 화려한 건축 양식을 자랑하며 4개의 거대한 부처상으로 유명한 아난다 사원, 66m로 바간에서 가장 높은 타비뉴 사원, 일몰 명소로 널려 알려진 슈웨산도 파고다도 주요 볼거리 가운데 한 곳이다.

 

미얀마 양곤=엄태규 기자 che11@ibulgyo.com 

[불교신문 2522호/ 5월2일자]

2009-04-28 오후 2:4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