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향기

바람부는 산사 - 정목스님

마음정원(寂光) 2008. 12. 8. 12:05

불교신문사(사장 혜자스님)와 광주불교사암연합회, 광주불교방송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2008, 빛고을 불교아카데미’가 지난 2일 광주 KT정보문화센터에서 정목스님을 초청한 가운데 두 번째 행사를 열엇다. 지난 11월25일‘행복한 미소’의 성전스님에 이어

정목스님의 ‘바람부는 산사’ 를 주제로 한 법문을 정리했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삶, 그 자체가 축복”

 

자기 내면 사원에 있는 부처를 스스로 만나기 위해 매일 매순간 노력하고 정진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아무것도 바라는 바가 없는 것입니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기차를 타고 빛고을 광주에 오면서 오랜만에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산천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곡식이 다 떨어진 허허로운 벌판에서 여백을 음미할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저는 때때로 마음을 쉬고 싶을 때 이곳 남도를 찾습니다.

자연도 아름답지만, 어디에서든 따뜻한 인정과 음식 맛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의 선승 가운데 료칸 선사가 계십니다.

료칸 선사가 말하기를 ‘재앙이 오면 그대로 받고, 죽음이 오면 있는 그대로 받아라’라고 했습니다.

이 세상 자체가 고해라고 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이 고통밖에 없을까요. 이 세상 자체가 고통이라는 것은 무상하다는 것을

말합니다. 영원한 것이 없는데 그것이 영원하기를 바라고, 집착하고, 매달리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고통스러운 것입니다.

괴로움이라는 파도가 닥쳐오면 그 파도를 넘실 타고 가면 되는데, 넘어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인생은 고해바다이기에 바다에서 윈드서핑 하는 사람처럼 파도를 멋지게 타야 합니다.

수많은 연습을 통해서 아무리 파고가 높아도 슬렁 넘어갈 줄 알아야 합니다. 인생도 똑같은 것입니다.

 

재앙이 오면 재앙을 타서 넘고, 죽음이 오면 죽음을 맞이하면 되는데, 그것을 저항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니 더욱 더 고통스러워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세상을 살면서 무언가를 잃어버렸다면서 슬퍼합니다. 돈, 건강, 명예, 인간관계, 신뢰, 사랑을 잃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세상의 모든 이치는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은 갈 것을 목표로 해서 온다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것이 명예든 생명이든 무엇이든지 그러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은 자식도 가는 것을 목적으로 왔지 영구히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잃는다는 생각을 할 때 슬픔과 고통이 옵니다.

그런데 한번 조용히 생각해 봅시다. 우리가 처음 올 때 무엇을 가지고 온 게 있다고 잃는 것이 있겠습니까.

무엇이 되었건 본래 가지고 온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본래부터 우리가 가지고 왔던 것이 아무것도 없는데 무엇을 잃었다며 슬퍼하겠습니까.

우리는 나에게 오는 것을 최소로 하고 가는 것을 최대로 하기 때문에 고통과 슬픔이 따릅니다.

이것을 뒤집어야 합니다. 오는 것을 최대로 하고, 가는 것을 최소로 해야 합니다.

무슨 말이냐면, 부모가 자식을 키울 때 자식에게 최대로 합니다. 목숨을 바쳐 합니다.

나보다 더 사랑합니다. 그런데 그게 진실이냐 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진실이라면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이놈아’라는 말이 나올 수 없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랑을 구걸합니다. 사랑뿐만이 아니라 뭐든지 ‘달라’고 합니다.

사랑해 달라, 인정해 달라, 칭찬해 달라… 모두‘달라’는 것입니다.

 

우주는 내가 원하는 법칙대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의 우주는 타인의 우주법칙에 따라 움직이게 되어 있습니다.

내가 ‘너 어떻게 되어라’라고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내 자식일지라도 그의 우주가 있습니다. 나의 우주와 자식의 우주를 혼동해서는 안됩니다.

이제 우리는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가를 돌아봐야 합니다. 인생이라는 것이 뭘까. 그것은 ‘최대로 나에게 오게 하고,

최소로 가게 하는 것’입니다. 이 교통정리를 잘하는 것이 인생의 맛과 묘미를 아는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나에게 최대로 오게 한다는 것은 지금 현재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안다는 것입니다.

내가 지금 여기 깨어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깨어있지 않을 때는 지금 이순간 여기에 있지 않는 것입니다.

 

세상이 나에게 어떻게 해줄 것을 바라지 말고 내가 세상을 향해서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항상 질문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럴 때 내가 어떻게 살 것인지 방향이 정해집니다. 그렇게 사는 사람들은 삶에 어려움과 고통이 와도 ‘나만 겪는 일이 아니다’며 수긍하는 능력이 생깁니다. 그런 사람은 기도하면 기도가 원대로 됩니다. 그런데 부정적인 생각이 꽉 찬 사람이 기도해 보세요.

기도가 안됩니다. 기도가 원대로 안되면 부처님도 영험 없더라 성당 가자, 성당 가도 안되면 교회 가자며 왔다갔다 하는 것입니다.

 

종교란 다른 게 아닙니다.

내 안에 신성한 사원이 있습니다.

자기 내면의 신성, 내면의 사원에 모셔진 붓다와 일치되어 만나야 합니다. 그 순간이 바로 깨달음입니다.

여러분 내면의 신성한 사원에 자주 자주 방문하고 찾아가도록 하세요.

자기 내면 사원에 있는 부처를 스스로 만나기 위해 매일 매순간 노력하고 정진해야 합니다.

그럴 때 우리는 잃을 것도 얻을 것도 아무것도 바라는 바가 없는 것입니다. 그냥 나에게 주어진 삶을 소중하고 감사하게 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소중하고 감사하게 사는 사람에게는 우주가 모든 것을 다 허락하게 되어 있습니다.

감사와 소중함과 고마움을 잊고 사는 사람은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되어 있습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산다면 지금 아무리 경제위기로 먹고 살기 어렵다 하더라도 얼마든지 우리의 관점을 바꿀 수 있습니다.

먹고사는 것이 어려우면 덜 먹고사는 방법을 찾고, 돈 씀씀이가 어려우면 덜 쓰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씀씀이는 똑같이 쓰고 먹는 것은 똑같이 먹고, 옛날처럼 똑같이 살겠다면 결코 행복은 나에게 찾아와주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자기의 인생은 자기가 책임지는 것이며, 스스로를 용서하고 자기를 신뢰할 때 내 안의 신성과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자기의 사원을 적어도 하루에 두세 번씩은 꼭 방문하도록 하세요.

명상과 기도를 통해서 자기 내면의 사원을 찾도록 하세요.”

 

 

정목스님이 들려주는 동요이야기

 

“동요 부르며 마음 비우세요

몸 안에 행복감 가득해질것”

 

 

이 자리를 더 행복하게 하기 위해 같이 동요를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치유음악을 연구하는 분들에 따르면, 자연이 들려주는 음악은 치유파동이 높아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효과가 크다고 합니다.

그런데 동요를 부르는 것이 자연의 소리와 흡사한 치유효과를 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습니다.

동요를 듣거나 직접 부를 때 고도의 치유파동이 나오는 것입니다.

동요는 단순히 어린시절에 부르던 노래가 아닙니다.

동요를 부르다보면 내 마음의 순수함이 되살아나고, 잃어버린 고향으로 되돌아가게 됩니다. 동요는 마음의 노래입니다.

제가 라디오 공개방송을 할 때 마다 동요를 부르는데, 머리가 희끗 희끗한 분들이 울컥하곤 합니다.

동요를 마음으로 부르면 누구나 그러합니다.

오늘은 ‘가을 밤’이라는 동요를 불러보도록 하겠습니다.

1절은 저와 같이 불러보고, 2절은 입을 다물고 콧소리로 따라해 보세요.

 

가을밤 외로운 밤 벌레 우는 밤

초가집 뒷산 길 어두워 질 때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동요를 부를 때는 텅빈 마음으로 내 몸이 악기라 생각하고 부르세요. 그러면 행복감으로 충만해 집니다.

동요를 부르고 나면 마음이 고요해 집니다. 그래서 동요를 부른 후에 명상을 하면 빠르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눈을 감고 동요 가사 하나하나를 마치 염주알 세듯 생각하며 불러보세요.

동요가사를 음미하며 마음을 텅 비우고 부르세요. 처음보다 두 번째 노래의 느낌이 다를 것입니다.

힘들고 외로울 때면 이렇게 동요를 불러보기 바랍니다.

 

 

[불교신문 2483호/ 12월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