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향기

사람을 거듭나게 해주는 법명

마음정원(寂光) 2008. 7. 27. 03:27

사람을 거듭나게 해주는 법명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지만 가문과 가정의 가풍에 맞는 이름 하나씩 갖게 된다. 대부분 그렇게 붙여진 이름 가지고 평생을 살다가 그 이름 세상에 남겨두고 업연을 따라 어느 날 또 그렇게 떠나간다.

더불어 살아가는 이 세상 만물도 마찬가지다.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별꽃이나 좀마리, 엉겅퀴라는 이름부터 참나무 소나무 때죽나무 뽕나무 등 어쩌면 그렇게 어울리는 이름들이 붙여졌는지, 그래서 잘 어울리는 이름은 속으로 거듭 되뇌이며 불러보게 된다.

사람이나 사물에 붙여진 이름이 인생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환경이나 가풍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 사람의 그릇됨을 키우기도 하고 줄어들게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세간이나 출세간의 부처님 제자들이 구족계나 보살계를 수계하고 수지하는 법명이 다시 한 번 사람을 거듭 태어나게 만든다.

어느 해인가 작은 산사 음악회에서 우스갯 소리로 청중과 함께 폭소를 터트린 일이 있었다. 이름을 잘 지어야 한다고 하면서 ‘어느 나라 대통령은 이름 때문에 하는 일마다 조지고 부시는 일밖에 없지 않느냐…’ 라는 말이었다. 이라크전이 있고 난 후라서 청중들이 다 함께 공감하는 분위기였지만 가끔은 이름 때문에 곤란함을 겪는 경우도 있다. 포교 일선에서 불자들과 기도와 수행정진을 함께 하고 있는 스님들은 불자들에게 가장 잘 어울리며 불심으로 보살행을 하는데 있어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넘치는 부분은 절제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수계와 더불어 법명을 수여해야 한다.

 

 

붙여진 이름 따라 삶의 모습 ‘제각각’

불자의 佛名, 보살행 실천 도움 되길


가끔 기도 끝에 축원을 하다가 입가에 미소를 짓게 하는 이름들이 있다. 성은 왕이요 이름이 재수라면 아마도 처음 만나 그 이름을 듣는 사람들 마다 한 번 쯤은 미소를 짓게 될 것이다. 그처럼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이름이 있다. 20여 년 전의 일이지만 그때 학력고사나 지금 수능시험을 앞둔 학생이나 부모들의 열의는 다를 바가 없다. 그 열의만큼 스님들도 마치 고3이 된 듯이 기도가 지극하다. 그런데 축원을 하다 마음이 머무는 이름이 있었다.

성은 조가인데 이름이 외자 ‘國’이었다. 그 학생이 수재였기도 하지만 그의 어머니 또한 기도하는 신심이 지극하였다. 서울대학교 법대에 입학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세월이 많이 흘러 거의 잊고 지냈다.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과정 중에 있을 때 조교의 소임을 보게 되었다. 그때 교직원 신행교육을 하게 되었는데 문득 눈에 들어오는 이름이 있었다. ‘조국’이라는 이름이었다. 법학과 교수였다. 그 이름이 익숙해서 교육이 다 끝나고 복도에서 마주치다 ‘혹시 예전에 살던 곳이 부산 광안리 무슨 아파트가 아니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그럼 동생이 누구 아니냐고 했더니 맞다고 한다. 두 형제가 다 외자이고 이름이 특이해서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그 불자 모교에서 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이름은 이렇게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게도 한다. 그런 형제의 이름이 또 있다. 형의 이름은 조국이고 아우는 통일이다. 형제의 이름을 합하면 ‘조국통일’이 자연히 이루어지는 셈이다.

베이징 만월사 불자들과 인연이 되고 난 후 많은 법명을 지어 주며 에피소드도 많았지만 가장 최근에 큰 원을 행하며 불자로서 여생을 아름답게 회향하기를 기원하며 ‘대원행(大願行)’이라는 법명을 지어준 불자가 있다. 부를수록 그 법명답게 힘이 느껴진다. 법명을 부여받고 새롭게 불자로 거듭난 대원행 불자의 마음에 자비심이 충만해 삶의 언저리에서 일어나는 시비분별을 모두 녹여낼 수 있기를 바란다.



진명스님 / 베이징 만월사 주지



[불교신문 2411호/ 3월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