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길따라 걸어보라***
대운하 건설에 위협받는 물길을 지키기 위해 불교와 원불교,
천주교, 개신교 등 종교인들로 구성된 ‘생명의 강을 모시는
사람들’이 지난 주말 서울 보신각 앞에서 103일의 순례일정을
회향하였다.
이들은 대운하 건설을 반대하며 지난 2월 김포를 출발하여 남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4대강 유역 3천리를 도보로 순례하면서
참회와 성찰의 기도를 올렸다. 그 동안 한결같은 구도의 마음으로
고단한 행보를 마친 이들 종교인들의 원력이 새삼 존경스럽고
거룩하다.
자연 아픔 외면한 ‘우리는 죄인’
이들 종교인들이 우리에게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부끄러움이었을
것이다.
산과 강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후손의 잘못과 책임은 부끄러움이다.
자연의 아픔을 외면하고 그 아름다움에 무관심 했던 우리 모두는
부끄러워 고개 들지 못하는 죄인들이나 다름없다.
일전에 이들 종교인들이 우리 고장 미호천과 무심천을 순례할 때,
한 나절을 동참한 적이 있다. 그 때 강둑을 따라 걸으면서 새삼
느낀 것은 아름다운 풍광과 생명에 대한 경이였다.
도시가 발달하면서 우리 주변의 강둑길은 생활 속에서 멀어진
옛길이 되고 말았는데 참으로 오랜만에 그 길을 걸어 보았다.
가까이서 바라본 강 주변은 산수화처럼 아름다웠고,
그 속에는 무한한 생명체가 깃들어 있었다.
그야말로 ‘생명의 강’이라는 것을 가슴으로 확인하였으며,
이런 강물을 따라 걸으면서 확신한 것은
‘자연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라는 평범한 사실이었다.
자연은 만 생명의 터전이다. 인간이 무슨 권리로 만 생명의 근원인
강물을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인간 중심의 개발은 수많은 생명들의
터전을 강제로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저들은 그 때마다 인간들의
오만과 횡포 앞에 상처받고 신음하며 죽어간다. 이런 살생의 인과를
어찌할 것인가. 결국 그 인과는 부메랑처럼 우리 인간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미 지구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환경 재앙들이 이를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므로 인간은 대대로 은덕을 베푼 자연을 배신해서는 결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 다시 말해 인간들의 도전과 폭력을
말없이 포용해준 그 은혜를 져버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오죽했으면 순례에 동참했던 이현주 목사는 부모의 은혜를 모르는
못된 자식보다 자연의 은혜를 모르는 우리 후손들을
일러 더 못된 ‘후레자식’이라고 일갈했을까.
직선보다 곡선 강물 아름답다
그리고 강물이 산을 넘지 않듯 순리대로 살아야 할 것 같다.
직선으로 난 강물보다 곡선으로 흐르는 강물이 아름답다.
직전은 속도요, 곡선은 여유다. 또한 직선은 인간의 문명이요,
곡선은 자연이다.
그러므로 우리 산하에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을 그대로 두는 것이
최상의 보존이며 개발이다.
도보 순례는 끝났지만 생명의 강을 모시는 일은 다시 시작이다.
이 순례길이 멈추지 않고 우리의 삶 속으로 흘러들고 행동으로
전환되어야 역사와 자연 앞에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대운하의 찬반을 떠나 강둑을 따라 걸어보자.
수경스님의 말씀처럼 우리는 그동안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자신의 아름다움에 감동하는 일에 너무 서툴렀다.
그 길에서 감동하는 법을 배우고 우리에게 전하는 자연의
메시지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현진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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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them Of Love - Silv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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