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법문

참다운 불자가 되려면 - 월도스님

마음정원(寂光) 2007. 1. 1. 01:10
      

참다운 불자가 되려면 - 월도스님

 

 

불자 여러분, 부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인연은, 모든 중생의 행복을 위해서입니다. 그러므로 불교는 행복을 추구하는 종교입니다. 행, 불행의 근본은 바로 '만남'에 있는데, 우리의 삶은 수많은 만남의 와중에 순간적인 판단의 연속이므로, 항상 예리한 판단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바른 판단을 위해서는 마음을 안정시켜야 하며, 바르게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누가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거나 길을 밝혀주지는 않습니다. 내 운명은 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불교의 가르침입니다. 바른판단을 위해 마음의 안정이 필요하고, 마음의 안정을 위해 참선도 하고 염불도 하는 겁니다.

불교는 법칙과 원리를 존중하는 종교입니다. 기적을 바라는 종교가 아닙니다. 법칙과 원리란 무엇입니까?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게 '법칙과 원리'입니다. 그런데도 이를 배제하고 기적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물에 가라앉는 조약돌을 떠오르라고 기도한다고해서 돌이 떠오르겠습니까? 기적을 찾아다니지 말고 마음의 안정을 통해 법칙과 원리를 제대로 보는 정견(正見)의 눈을 떠야 합니다. 그러므로, 재가불자로서 올바른 신행생활을 하려면, 목숨이 마치는 그 날까지, 허황된 것을 바라지 말고 될 수 있는 부분을 보고 노력하는 바른 믿음을 지녀야 하는 것이 첫번째로 요구되는 덕목입니다. 창조주는 하늘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인생은 스스로의 마음에 의해 순간순간 창조되어가고 있음을 명심해야 합니다.

두번째로 필요한 덕목은, 계율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가불자가 지켜야 할 대표적인 계율은 바로, 살(殺), 도(盜), 음(淫), 망(妄), 주(酒) .. 이렇게 다섯가지 입니다. 첫째 살생하지 말라. 살생하지 말라고 해서 산 목숨을 죽이지 않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주는 것, 상대방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배려하는 것 등이 모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그러려면 항상 측은지심(惻隱之心)을 내어야 하며, 측은지심은 '인연(因緣)'을 생각하는 데서 비롯됩니다. '나는 수 많은 생명 중에 인간으로 태어났구나, 나는 수십억 인류중에 대한민국에 태어났구나, 그리고 수많은 대한민국 사람중에 내 남편 내 아내와 이렇게 만났구나..' 하는 인연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렇게 보면 모든 대상이 소중합니다.

계율의 두번째, 도둑질하지 말라.. 주지않는 물건을 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큰 건 남 주고, 작은 걸 내가 갖겠다는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마치 옛날 우리 어머니들의 마음같이 말입니다. 밥을 하면 위에 쌀밥은 식구들 먹이시고 아래에 가라앉은 보리밥만 드시던 어머니.. 당신의 혀가 보리밥만을 좋아해서가 아니셨습니다. 그런 숭고한 희생이 바로 보살행이요 공덕입니다. 그렇게 내 가족을 위하듯 모든 사람을 위한다면 바로 보살이요 부처의 마음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동체대비(同體大悲)라 하셨습니다. 이 세상은 마치 인드라망(網)과도 같습니다. 밥 한그릇을 먹어도, 내가 농사지어, 밥을 해서, 내 손으로 먹는다고 완벽한 자급자족이라 할 수 없습니다. 벼가 영글기까지 수많은 비와 햇살, 바람이 필요했고, 솥이 만들어지기까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노고가 필요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세상은 서로서로 연결되고 관련되어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모든 부분에 감사하는 마음을 내어야 합니다.

계율의 세번째, 사음(邪淫)하지 말라.. 이는 믿음을 소중히 하는 마음입니다. 믿음이 깨지면 질서가 무너지고 혼돈에 빠지게 마련입니다. 계율의 네번째, 망어(妄語)를 하지 말라.. 입을 가리켜 구시화문(口是禍門)이라 하였습니다. 말을 잘못하면 재앙을 부를 수도 있다는 교훈입니다. 되도록이면 말을 적게 해야 합니다. 꼭 필요한 말, 좋은 말은 하되, 언짢은 말을 해선 안됩니다. 중생의 말은 화를 부르고, 보살의 말은 이익을 줍니다. 경전에 이르기를, '口無多言(구무다언)하고 身不輕動(신불경동)하라' '多言多慮(다언다려)하면 轉不相應(전불상응)이요, 絶言絶慮(절언절려)하면 無處不通(무처불통)'이라 하였습니다. '말 많이 하지 말고, 신중하게 행동하라' '말 많고 생각 많으면 오히려 그르치게 되고, 말과 생각을 세우지 않으면 통하지 못할 게 없다'는 말씀입니다. 말 많은 집안치고 편안한 집이 없고, 말을 많이 하다보면 스스로도 다치게 됩니다. 말을 줄이고 입을 철저히 단속하다보면 번뇌가 끊어집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으면, 법당에 나와 부처님한테만 얘기하세요. 그래도 속이 후련하지 않거든 월도스님한테 오세요. 여기까지만 입니다. 그 이상은 하지 마세요. 절대로 믿을 수 있는 영역이 없는 게 세상사입니다. 말로 내뱉을 땐 후련해도 결국 또 하나의 번뇌를 만드는 것일 뿐입니다.

계율의 다섯번째로, 술 마시지 말라 입니다. 곡차는 마음을 맑게 해 주지만, 술은 마음을 혼탁하게 합니다. 불가의 수행은 마음을 맑히는 데 있으므로 혼탁하게 하는 걸 금하는 겁니다. 그러므로 술 뿐만 아니라, 마음을 혼탁하게 하는 건 무엇이든, 마약이나 환각제나.. 유사한 모든 걸 금하는 계율입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술을 아예 안 마실 수도 없는 게 요즘세상입니다. 술을 이길 만큼만,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혼탁해지지 않을 정도로만 아주 조심해서 마셔야 합니다.

올바른 재가불자로서 필요한 세번째 덕목은, 보시(布施)입니다. 보시에는 법보시(法布施), 재보시(財布施), 무외시(無畏施)가 있습니다. 법보시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널리 펴기 위해 애쓰는 것이요, 재보시는 물질적으로 베푸는 것인데, 부처님께 올리는 공양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에게 베푸는 행위야말로 매우 수승한 공덕이 됩니다. 무외시는 두려운 마음을 없애주는 것을 말합니다.

재가불자에게 필요한 네번째 덕목은, 불자라면 마땅히 절에 자주 나와서 부처님을 공경하고 스님의 법문을 청해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덕목입니다. 미루지 말고 스님께 물으십시오. 묻되 소소한 데 그치지 말고 좀 더 궁극적인 진리를 배우고자 애써야 합니다. 세상의 법칙과 원리를 이해하려면 성실한 노력이 필요한 법입니다. 모쪼록 정진하고 또 정진하셔서 현생의 행복을 누리시고 구경에는 성불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2006년 12월 / 삼운사 가족법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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