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의 향기

5대 적멸보궁

마음정원(寂光) 2006. 11. 2. 22:54

5대 적멸보궁  

 

 

새 것을 담으려면 있던 것을 비워야 하는 법. 소망을 비는 이치도 같다.

‘비움’을 배우는 여행을 떠난다. 산사, 그 중에서도 적멸(寂滅)의 성전인 적멸보궁으로 간다. 

 

 

적멸이란 열반(涅槃·Nirvana)을 뜻하는 말로 적멸보궁은 열반한 부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이다.
한국에는 신라의 승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돌아올 때 가져온 부처의 사리와 정골을 나누어 봉안한

5대 적멸보궁이 있다. 보궁에는 불상이 없다. 대신 수미단(불단)에 빈 방석만이 놓여있다.

1,000년이 넘게 비어있는 자리. 비운만큼 얻을 것이다.


양산 통도사, 강원도 오대산 중대의 월정사, 설악산 봉정암,사자산 법흥사 적멸보궁이 그것이다.


양상 영축산 통도사는 금강계단에 진신사리를 봉안해 계율 근본도량 불보종찰이 되었는데,

부처가 안치되어야 할 대웅전에는 불상이 없고 불당 내부에 동서로 길게 불단만 놓여 있다.

또 불상이 안치되어 있어야 할 자리는 창으로 훤히 뚫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오대산 월정사 적멸보궁(강원유형문화재 28)은 불사리를 안치한 정확한 장소를 알 수 없고,

다만 전각 뒤쪽의 작은 언덕에 부처의 정골사리가 상징적으로 서 있을 뿐이다. 


 

설악산 봉정암 에는 부처의 불사리를 안치한 석가 사리탑(강원유형문화재 31)이 있는데,

뇌사리를 안치하였다 하여 불뇌보탑이라고도 한다. 
 

 

태백산 정암사 적멸보궁(강원문화재자료 32)은 다른 네 곳과는 달리 임진왜란 때 유정이 왜적의

노략질을 피해 통도사의 진신사리를 나누어 봉안한 곳으로, 산 위에 수마노탑(보물 410)이 있다. 


 

사자산 법흥사에는 진신사리가 안치된 보탑과 자장이 도를 닦았다는 토굴이 있다.

이들 5대 적멸보궁은 불교도들의 순례지이자 기도처로서 가장 신성한 장소로 신봉된다.

그 밖에 대구광역시 달성군의 비슬산 용연사, 경남 사천시 다솔사 등에도 적멸보궁이 있다.

 

 

♣ 영축산 통도사(通度寺) 적멸보궁(경남 양산시 하북면)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574 (종무소 055-382-7182)
통도사는 삼국유사 등의 기록으로 미루어 볼 때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것으로,

국내 삼보사찰 중 불보사찰인 통도사는 불법을 통달하여 중생을 제도한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절에는 자장율사가 당나라로부터 모셔온 부처님의 전골진신사리와 치아사리와 부처님께서

친착하셨던 가사와 창건주이신 자장율사 스님의 가사가 보관되어 있어 유명하다.
부처님의 진신사리가 금강계단에 봉안되어 이의 정면에 자리잡고 있는 대웅전에는 불상이 봉안되지

않았다. 대웅전은 일주문으로부터 진입할 때 마주하는 면과, 반대 측면, 그리고 금강계단을 향한 면의

지붕에 각각 합각면을 둠으로써 두 방향성을 보여주는 독특한 건물 이다.

통도사 옆으로 흐르는 계곡의 맑은 물은 사찰의 운치를 더욱 자아내게 한다.


 

 

우리나라 불교에는 3보 사찰이 있다.

부처의 말씀인 팔만대장경이 있는 합천 해인사는 법보(法寶), 수많은 대승을 배출한 순천 송광사는

승보(僧寶), 부처의 진신사리를 봉안하고 있는 양산 통도사는 불보(佛寶)사찰이다.


3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당연히 부처를 모신 불보, 통도사이다.

자장율사가 사리를 가장 먼저 봉안한 곳이 바로 통도사이다. 일주문 기둥에 「불교의 종가(佛之宗家)」라고 쓰여진 것도 이런 까닭이다. 5대 적멸보궁 중 참배객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하다.
진입로가 운치가 있다. 냇물이 흐르는 길 옆으로 사지를 비튼 소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절 바로 옆에까지 이르는 주차장이 있지만 가능한 한 절에서 먼 곳에 차를 세우고 걷는 것이 좋다.

 

일주문과 금강문, 불이문을 차례로 지나면 좌우로 고풍스러운 건물과 탑이 도열한다.

적멸보궁은 정면에 서 있다. 사방으로 적멸보궁, 대웅전, 대방광전, 금강계단이라는 현판을 걸었는데

금강계단 글씨와 일주문 현판은 흥선대원군의 작품이다. 불상이 없는 빈 불단 뒤로 창이 넓게 나 있고

사리를 모신 금강계단(金剛戒壇)이 보인다.


적멸보궁 옆에는 구룡신지라는 작은 연못이 있다.

통도사의 터는 원래 큰 호수였고 옛날에는 아홉마리의 용이 살았다고 한다.

절을 짓느라 호수를 메우면서 여덟 마리의 용이 쫓겨가고 한 마리만이 절을 지키며 남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가물어도 물이 줄지 않는다는 신비의 연못이다. 경부고속도로 통도사IC에서 승용차로 5분

거리이다. 종무소 (055)382-7182

 

 

♣ 태백산 정암사(淨巖寺) 적멸보궁 (강원 정선군 고한읍)

 

자장율사가 적멸보궁을 세웠을 당시에는 정말 심산유곡이었을 것이다.

속세의 숨결조차 미치지 않기를 바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서 정암사가 있는 정선

사북과 고한의 숨결은 언제나 거칠었다.
석탄 산지로 한국의 근대화를 이끌었다. 여전히 남아있는 탄광촌의 찌그러진 판자촌, 계곡의 바위마저

녹슬게 한 폐광의 폐수, 탄좌의 요란한 기계소리…. 탄광의 경기가 사라진 지금은 ‘돈 놓고 돈 먹기’

카지노가 분주함을 잇고 있다.

 

정암사는 그 정(淨)하지 않은 기운의 한 가운데에 연꽃처럼 정(淨)하게 피어 있는 절이다.

대찰은 아니지만 위엄이 추상같다. 탄허스님이 현판을 쓴 일주문을 들어서면 왼편으로 육화정사,

정면에 범종각이 서있고 범종각 너머 적멸궁이 눈에 들어온다. 적멸궁으로 가기 위해서는 극락교를

건너야 한다. 다리 밑으로 지금은 얼어있지만 맑은 물길이 있다. 천연기념물 열목어가 산다.

적멸궁은 고색창연하고 아름답다. 단청은 색이 바래고 기둥과 서까래는 세월만큼 주름이 졌다.

지붕에만 반짝이는 청기와를 얹고 있다. 잘 정돈된 돌담과 그 안에 좌정한 적멸궁은 예술적 외경심마저 불러 일으킨다. 적멸궁 뒤 언덕에 사리를 모신 수마노탑(보물 제410호)이 있다. 보석의 일종인 마노석

벽돌로 쌓은 7층 모전탑이다. 적멸보궁을 나와 왼쪽의 갈지(之)자 계단길을 100여㎙ 올라야 한다.


5곳의 적멸보궁 중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

절 앞에 대로(414번 지방국도)가 나 있다. 정선과 태백을 연결하는 38번 국도를 이용하거나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태백선 열차로 고한까지 간 뒤, 만항행 버스를 타면 된다.


교통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나들목~38번국도~영월~신동~사북~

고한~상갈래. 강원랜드 입구 지나 상갈래에서 38번 국도 버리고 우회전(414번 지방도), 만항재쪽으로

2.6㎞ 지점에 정암사가 있다.
정암사에서 만항재 정상까지는 5.5㎞, 만항재에서 함백산 정상까지는 3㎞.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이용할 경우 고한역에서 내려 정암사까지 택시로 10분(5000원 안팎),

구의동 동서울터미널에서 고속버스를 타면(6시간30분 소요) 고한터미널에서 내려 하루

네번(07시·10시20분·14시35분·19시) 있는 시내버스로 정암사까지 간다.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정선5일장 열차는 3월부터 운행된다.


숙식
정암사 못미쳐 고한·사북읍에 황태국·청국장 등을 내는 집들이 많다.

정선군청 부근 동박골식당(033-563-2211)은 곤드레나물밥을 잘한다. 아우라지역(여량역) 옆

옥산장(033-562-0739)에선 감자옹심이·범벅·송편·전 등 감자요리 종합세트(1만5000원)를 낸다.

굴피집과 수석 전시장에 진열된 1000여점의 각양각색의 수석들도 볼거리다. 주인 전옥매 할머니가

주변에서 모은 수석이다. 사북·고한·증산의 여관들이 많다. 4만원 안팎.
강원랜드(033-590-7700)가 운영하는 고한 골프텔은 10만원(2인 조식 포함)부터. 특1급인 메인카지노

호텔도 있다.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90. 정암사 (033)591-2469. 증산역 (033)591-1069.

종무소 (033)591-2469

 

 

♣ 오대산 적멸보궁(강원 평창군 진부면)

오대산 적멸 보궁 표지석 ⓒ2006 정근영

우리나라의 사찰 중 풍수지리학적으로 가장 좋은 곳에 지어졌다는 평가를 받는 보궁이다.

오대산 주봉인 비로봉 아래에 있다. 이 곳의 모양은 ‘용이 여의주를 희롱하는 형상’이라고 한다.

연봉이 주위를 호위하고 앞은 시원하게 툭 터졌다. 이 터에 부처님을 모신 덕에 우리나라 스님들은

먹을 것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흔히 ‘상원사 적멸보궁’이라고 한다. 상원사는 적멸보궁을 보필하는 절로 세워졌다.

청량선원이라는 이름의 유명한 공붓방도 있다. 다른 적멸보궁이 절 안에 들어있는 것과는 달리

상원사 적멸보궁은 산 위로 약 2㎞ 지점에 있다.
오르는 길은 70%가 계단이다. 언덕을 굽이굽이 돌아가는 짧은 길이지만 제법 땀이 난다.

봉분처럼 생긴 언덕 위에 자리한 적멸보궁은 화려하지 않고 단아하다. 댓돌에는 언제나 서너 켤레의

신발이 놓여있어 염불 소리가 들린다.

 

영동고속도로 하진부IC에서 빠져 주문진으로 가는 6번 국도를 타면 월정사 입구에 닿는다.

월정사에서 상원사까지 비포장 약 8㎞. 상원사까지 승용차가 들어갈 수 있다. 진부버스터미널에서

1시간 내외의 간격으로 상원사행 버스가 출발한다. 종무소 (033)332-6666

 

 

♣ 사자산 법흥사(法興寺) 적멸보궁(강원 영월군 수주면)

법흥사 일주문 ⓒ2006 우관동

 

법흥사는 불교 구산선문의 하나인 사자산문이 문을 열고 위세를 떨쳤던 사찰이다.

그러나 최근까지 그 위세를 느끼기 힘들 정도로 절의 규모가 작았다. 1912년 산불로 소실됐고,

17년의 중건불사를 마치자마자 1931년에는 산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1939년 적멸보궁만을

중수한 채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최근에 비약적으로 대찰의 모습을 회복해가고 있다. 요즘도 불사가

한창이다.

▲ 불상이 있어야 할 자리는 비어있고 그 앞이 휭하니 창문이 나있다.

최근에 중수된 적멸보궁이어서인지 5대 적멸보궁 중 가장 화려한 단청을 유지하고 있다.

현판을 좌우에서 호위하고 있는 용머리 장식이나 뜰에 서있는 한 쌍의 석등도 아직 세월의 맛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적멸보궁 뒤로는 자장율사가 기도하던 토굴이 있고 그 옆에 사리를 넣어왔다는 석함이

남아있다.
법흥사에서 또 볼만한 것은 보물 제612호인 징효대사탑비. 탑과 나란히 극락전이 세워져 있다.

사자산 자락으로 저녁해가 넘어갈 때, 겨울숲을 배경으로 고즈넉하게 서 있는 극락전은 정갈한

아름다움을 내뿜는다. 종무소 (033)374-9177



교통

영동고속도로 - 원주 I.C - 신림I.C(중앙고속도로) - 신림삼거리 - 좌회전 - 88번 지방도 - 20.5km -

주천입구 3거리 - 좌회전 - 2km - 3거리 - 법흥방면 1번 도로; 안내판 - 좌회전 - 500m - 좌회전 -

무릉1교 - 13km - 법흥사 진입로 - 1.3km - 법흥사 주차장


 

♣ 설악산 봉정암(강원 인제군 북면)

 

 

설악산의 제3봉인 소청봉 바로 아래에는 기이하게 생긴 바위 능선이 있다.

용의 이빨이라는 뜻의 용아장성이다. 봉정암은 그 용아장성의 바위 사이에 들어있다.

해발 1,244㎙의 돌산에 있기 때문에 참배객이 별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과거에는 그랬다.

불자보다는 대청봉에 오르는 산꾼들이 들러 목을 축이곤 했던 곳이다. 이제는 완전히 달라졌다.

영험스런 기도터로 알려지면서 기도하는 이들이 줄을 잇는다.



봉정암은 찻길이 끝나는 백담사에서 6시간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처음에는 평탄하고 발걸음마다 절경과 만나는 기쁨이 있지만 마지막 1시간은 등산 전문가들도

힘들어하는 코스, 일명 ‘깔딱고개’이다. 절을 찾는 이들 중 건장한 젊은이는 드물다.

중년 이후의 여성이 대부분이다.
도시에서라면 1층 계단도 못 오르겠다고 엄살을 떨 사람들이 아찔한 돌 언덕을 기다시피 하며 오른다.

새삼 종교의 힘이 경외스럽 느껴지는 모습이다.
봉정암은 아름다운 사찰이기도 하다. 절 마당에 서면 그림 같은 설악의 연봉들이 산수화처럼 앞으로

펼쳐진다. 적멸보궁 뒤로 계단이 있고 그 위 언덕에 풍우에 깎인 돌탑이 서 있다. 천하를 내려다보는

탑의 모습에서 신비한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등산코스 : 백담사 → 수렴동 → 쌍룡폭포 → 봉정암 → 소청 → 중청 → 대피소 →

대청봉 (7㎞ / 5시간 소요)

교통
서울 - 6번 국도 - 양평에 이르러 44번 국도 - 70.7km - 한계리 민예단지 휴게소앞 삼거리 - 미시령방면 46번 국도 - 교통초소가 있는 한계리 3거리 - 12.3km - 외가평 3거리 - 우회전 - 1.5km - 공원관리소

도착 (공원매표소 - 7km - 백담사 : 일반차량 통행제한. 마을버스 운행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