茶의 향기

차향에는 좋은 벗이 있을 때이리라.

마음정원(寂光) 2006. 7. 21. 01:16

      님 맞아 차 마시니 차 향이 더욱 좋다 차를 마시며 님을 맞으니 님 향기 더욱 깊다 지극한 다도(茶道)의 경지에서야 혼자 마시는 차가 가장 좋다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차향에는 좋은 벗이 있을 때이리라. 모처럼 마주하는 도반(道伴)이나 차벗을 만날 때 그 앞에 조촐한 차구가 놓여 진다면 그 반가움이 더욱 넉넉하고 깊어질 뿐만 아니라 이내 행복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차를 함께 대하는 예절인 다례(茶禮)가 있고, 주객(主客)이 차를 마주하고 앉아 마음을 쉬어가는 다도(茶道)가 있기 마련이다. 심곡암에서도 이런 차 생활을 익히는 모임을 몇 해전부터 갖게 되었는?저마다 차를 즐기고 대하는 모습에서 어느덧 안정감을 느끼게 되어 참 잘 시작했다 싶어진다. 좋은 습관을 익히는 데는 처음에는 누구나 힘든 일이다. 그러나 자꾸 반복하여 정진하다 보면 차츰 익숙해지고 쉬워진다. 쉬워진 뒤에는 오히려 편안해지고 자유로워지는 것인데 그런 자유로움 속에는 인간의 품격과 참 아름다움이 절로 우러나오는 것이다. 심곡암에는 선화(仙畵)에서나 봄직한 편편한 너럭바위가 몇 백년 묵은 도토리 나무의 그늘 아래, 푸른 솔바람을 불러들이고 있어 누구라도 다심(茶心)이 절로 일어난다. 그 곁에는 돌샘 사이로 고여드는 감로 석간수가 있어, 차다리기에는 그만이다. 도량이 이러한 터라 심곡다회는 물론이고 주변 다인들마저 저마다 다구를 꾸려와 잦은 다회가 열린다. 요사인 차문화가 많이 보편화됨에 따라 차구나 차 종류들도 다양해졌고, 전에 없이 값비싼 차와 다구들이 헬수도 없이 많아졌음을 느끼게 된다. 이런 다양함을 넘어 지나치게 화려함에 치중하는 새로운 풍속도를 보게되는데 여기에선 참 다도정신이 느껴지지 않는다.모름지기 다도(茶道)란 검박한 차구(茶具)로써 마음을 다스리고 그 맑은 마음을 함께 나누는 착한 덕에 그 정신이 있을 터이다. 멋이란 무엇의 줄임말이란 말도 있다. 참된 다도의 정신이 무엇인가를 모르고서야 어찌 멋이 있을 수 있을까.마음이 참 다도정신과 계합하면 일부러 멋을 부리지 않아도, 굳이 다도를 애기하지 않더라도 소박한 다구만으로도 절로 멋이 흐르고, 유연한 아취(雅趣)가 흐르기 마련이다. 그것이 참다운 무엇을 아는 이의 자연스런 멋 때문인 것이다. 차마시는 일이 도(道)가 될려면 지나친 허례허식에서 벗어나 마음부터 점검하는 일이 중요하겠다. - 원 경 스님(북한산 심곡암 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