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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마음정원(寂光) 2006. 6. 16. 10:45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연꽃은 이른 아침 해 뜨기 직전부터 해가 뜬 직후까지가 가장 아름답다.
 
     해 뜨기 전, 아침 이슬을 머금은 연꽃 송이는 일단 너른 이파리로 물기를 털고
     그 물기를 받아낸 연 이파리는 또르르르 물방울을 만들어 깊은 연못으로
     이슬을 굴려 내린다.
 
     해가 뜨면 연꽃은 우아한 자태로 꽃잎을 열고 잠시 아침 햇살로 세수를 하고,
     미처 연못으로 구르지 못한 아침 이슬들은 연 이파리에서 아침의 고요를 맞는다.
 
     굳이 아침 잠을 줄이고 새벽에 연꽃 구경을 나서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연꽃 구경 정호승
 
 
      연꽃이 피면
      달도 별도 새도 연꽃 구경을 왔다가
      그만 자기들도 연꽃이 되어
      활짝 피어나는데
 
      유독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만이
      연꽃이 되지 못하고
      비빔밥을 먹거나 담배를 피우거나
      받아야 할 돈 생각을 한다
 
      해마다 벼르고 별러
      부지런히 연꽃 구경을 온 사람들인데도
      끝내 연꽃이 되지 못하고
      오히려 연꽃이 사람 구경을 한다
 
      해가 질 때쯤이면
      연꽃들이 오히려
      사람이 되어 보기도 한다.
 
      가장 더러운 사람이...
 
 
 
      마음이 허물어지고 세상 속에서 내가 아무 것도 아니라고 느껴지는 날
      연꽃을 보면서 연꽃을 닮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생각해 본다.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주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이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이 아니라
     한 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연꽃이 피고 그러다 지고, 연꽃 떨어질 즈음, 연밥은 여러 개의 숨구멍을 내고
      새로운 씨앗들을 만들어 낸다. 사람 사이의 인연도 이렇듯 연꽃 피듯 만나고 헤어지곤 한다.
 
      사랑을 하든 특별한 인연을 맺든 어떤 일도 꽃 봉오리 맺을 때까지의 아픔도
      있으려니와 피어 흐드러지는 그 며칠을 위하여 사랑이라는 모진 인연을 배우는 것이
      우리네 삶의 참 모습이 아닐까...
 
 


 
      연꽃은 불교의 상징으로 처염상정(處染常淨)”의 꽃이다.
      더러운 흙탕 물 속에서 피어나지만 잎도 꽃도 더럽히지 않고 깨끗하게 피어난다.
      우리들이 탁하고 악한 세상을 살아가지만 우리의 심성은 흐리거나 흐트러짐 없이
      언제나 깨끗하다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연꽃의 또 하나의 특징은 꽃이 피자마자 열매인 연밥이 함께 나타나는
      “화개현실(華開顯實)” 이다. 꽃과 열매가 함께 한다는 것은 아마도 원인과 결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인()을 지을 때 이미 과()가 함께 생겨났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인즉과(因卽果)!
      원인이 곧 결과요, 결과 속에 원인이 숨어 있다는 뜻이다.
 
 




 
      진흙 밭에 뿌리를 두고도 가장 깨끗하게 피는 꽃, 연꽃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진흙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있기는 한 것일까?
 
 
 
_ 명상음악 - 아침의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