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편지

세모의 거리

마음정원(寂光) 2005. 12. 29. 10:24

세모의 거리    - 詩人: 이시은


잎 떨군 가로수에
별들이 내려와 몸을 푼다

밤마다 나뭇잎에 속삭이던 말 주워듣고
초롱한 눈망울 굴리며
긴긴 이야기를 엮는다

영하의 수은주가
빙판 길을 저울질하고
울다 지친 눈알같은 군밤 몇 알 놓여 있는
좌판대 위에
구세군의 종소리 굴러가는 밤

수많은 행인들의 뺨 때리고도
눈 한번 끔뻑이지 않는 바람은
거리를 질주하고

앙상한 가지에 앉아
퀭한 눈을 뜨고 바라보는 별들만
세모의 거리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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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가는 소리를 듣습니다.
구세군의 남비에서.... 마지막 한 장 남은 달력의 펄럭임 소리에서...
유난히 사건 사고가 많았던 한 해였던거 같습니다.
한장 남은 달력에 앙금은 모두 다 실어 버리고
따뜻함만 구세군 남비에 고스란히 담아가는 세모되세요 ^^


하얀기도 / 엄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