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밤에 조용히 커텐을 드리우고 촛불을 켠다
촛불 속으로 흐르는 음악,
나는 눈을 감고 내가 걸어온 길, 가고 있는 길,
그 길에서 만난 이들의 수없는 얼굴들을 그려본다
내가 사랑하는 미류나무들, 민들레 씨를,
강, 호수, 바다, 구름, 별, 그 밖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해 본다
겨울밤, 촛불이 주는 이 아늑하고 정결한 기쁨과 평화 속에서
나도 하나의 촛불이 되고 싶다
끝까지 성실하고 깨끗하게 연소하는 이 수직의 헌신,
촛불을 켜고 기도하는 밤,
시를 쓰는 겨울 밤은 얼마나 아름다운 축복인가
누가 감히 그 앞에 죄를 지을 수 있을 것인가.
사랑이여,
내가 선택한 당신은 12월의 흰 얼굴을 닮았습니다
눈송이 처럼 내 안으로 떨어져 눈물로 피는 당신이여,
전부를 드리고 싶은 내 뜨거운 그리움이 썰매를 타는 겨울
바람은 그대의 눈,
바람은 그대의 음성,
바람은 기도 입니다
그대 앞에 나는 언제나 떨리는 기다림의 3월입니다
힘찬 파도로 내 안에 부서지고 보채며 절규하는 사랑이여!
이해인/기도일기 4 中에서
올해의 마지막 달력을 앞에 두고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봅니다
벌써 12월.... 시간은 어느 새 한 해의 끝머리를 마주하며 돌아가고 있었지요
덮어두었던 책 한권을 펴면서 이해인 수녀님의 기도일기를 읽습니다
내내 나의 지나온 시간들이 무의미하게 흘러간 것을 후회하면서요
에덴 동산에서
무화과잎으로 몸을 가리고 숨어있던 아담에게 묻던 하느님의 말씀
' 아담아 너 어디에 있느냐'
지극히 높은 분이 아담에게 묻듯 오늘 나에게 묻고 있습니더
' 너 지금 어디 있느냐?'
나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 걸까요
삶의 반나절을 걸어온 지금 나는 어느 길에서 머물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내 생이 지나온 길에서 얼마만큼 사랑하며 얼마만큼 비움의 길을 걸어왔는지
오늘 헤아려 보며 내 자신을 거울 보듯 들여다 보았습니다
내 걸어와 머물고 있는 자리엔 자랑할 것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저 여기 있습니다... 라고 떳떳이 말할 꺼리가 없다는 걸
새삼 깨달으며 순레길에서 나는 보이지않는 빚을 진 사람이라 생각해봅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
올해의 마지막 끝자리에 서서 사랑의 이중계명을 다시 더듬어보며
내 인생에 받음의 댓가 없이 줌으로써 행복하고 평화로운 사랑을
빈마음으로 실천할 수 있었음 하는 바램을 갖고
작은 소망 하나 대림 촛불에 놓아봅니다.
12월의 시간
모든 분들께 멋지고 아름다운 시간들로 남겨지길 기도합니다
늘 평안하시고 좋은 일들만, 행복이 가득한 일들로 채워지시길 바랍니다.
- 12월 첫 날에 향기로운 추억 드림
image- naver photo
music-네이버/추억속에님이 공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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