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지식의 향기

사람사랑에 대한 단상 - 대화스님

마음정원(寂光) 2005. 11. 25. 17:14
사람사랑에 대한 단상

사람사랑에 대한 단상






   "사랑이란?"의 설문에 대한 모범적 답안들이 다양하게 있을 것이다. 사랑에 대한 보다 객관적인 정의와 필요성 및 실천의 답안을 찾아보는 것도 한 과제이겠지만, 각자 나름의 확신 있는 답안을 가져두는 것도 의미가 있을 듯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평생 사랑타령을 하며 살아가고 있을 만치 사랑은 우리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주제요, 아니 어쩌면 삶의 핵심 주제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해서이다. 그리고 나름의 확신을 가진 작은 실천의 시작, 그것이 삶의 기적을 가져올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나의 반평생의 삶에 대한 중간보고서 중에서 사람사랑에 대한 주제가 요즈음의 주된 명상테마이다.

   반세기 동안의 삶의 여정에서 참 많이도 사람들을 만나 왔다. 사람 사이의 <참 만남>의 가치를 인식시키며, 참 만남의 구체적 방법과 실천을 안내하는 집단수련과 개인상담에 많은 세월을 보내 왔다. 사람을 많이도 아끼고, 사람을 위해 많은 에너지를 쏟고, 많은 사람과 더불어 희비를 함께하며 보내온 세월의 지금 즈음에서, 내 안의 사람사랑에 대한 엄정한 검토가 요해진다. 자칫 사람사랑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지, 고급 이기심 충족을 위한 자기기만으로서의 사람사랑 타령 속에 있지는 않는지, 진정한 사람사랑이 무엇인지, 면밀한 점검을 해보며 보다 양심적이고 탄탄한 삶의 여정을 다져 가리라 다짐한다.

   사랑이란 그 무엇인가를 혹은 그 누군가를 '좋아하고, 아끼고, 위하며, 섬기는 마음과 행위'라고 정의해 본다. 사랑한다 할 때면 그 대상이 물건이든, 사상(思想)이든, 사람이든, 종교적 상징이든, 일단 마음이 그곳으로 끌려가는 것은 확실하다. 그 끌림은 좋은 감정을 유발하며, 우리는 그 좋은 감정을 지속하고 확장하고 순화하기 위한 노력들을 소신껏 한다. 좋은 감정을 시작점으로 하여 보다 안정된 좋음을 위한 노력의 과정에서 우리는 자칫 자신의 노력의 양과 질에 넘치는 결과를 기대하는 집착에너지를 갖기 일쑤이고, 그 대가(代價)로서 마음의 고통을 겪곤 한다.

   사랑의 유형에는 그 대표적인 것들이 남녀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친구 사이의 사랑, 선후배 사이의 사랑, 사제지간의 사랑, 종교적인 사랑 등이 있다. 그 어떤 사랑이 되었던 사랑의 감정은 좋은 느낌이다. 간혹 ‘사랑은 괴로움이 따르는 것’, ‘사랑하기에 괴롭다.’는 멋스러운 표현들을 접한다. 그러나 잘 살펴보면, 사랑으로 인하여 오는 결과라기보다는 아직 서투른 사랑에서 야기되는 과정적 증상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의 경우는 어떠한가? 사랑했기에 괴로웠던 예들을 되돌아보면 사람을 아끼고 위하는 마음은 있었다 할지라도 제대로 아끼고 위하는 마음이 부족하였고, 나아가서 사람을 섬기는 마음이 부실했다는 것을 반성한다. 섬기는 마음, 진정 그것이 사랑의 최고봉일 것이다. 사람사랑의 극점은 섬김의 예(禮)로서 표현되며, 섬김의 극점은 무아(無我)로서 그 완성을 이루게 되리라는 자각이 새롭다.

   주변의 기독교도 교우들의 입에서 ‘섬김’이라는 단어 사용을 들을 때마다 내 안에서 늘 섬세한 떨림이 있곤 하였다. 그 떨림의 의미는 아마도 짧지만 날카로운 반성과 실행엔 늘 부실하지만 다부진 다짐의 심사였을 것이라 해석한다. 사람을 떠올릴 때의 마음이, 사람을 대할 때의 마음이, 조석으로 예불(禮佛) 모실 때의 마음가짐처럼 되어질 것을 희망한다면 그것이 설령 자기만족을 위한 관념놀이에 불과하다 할지라도 참으로 거룩한 기도가 아닐 수 없다. 섬기는 마음의 부실, 그것은 곧 탄탄한 에고(Ego)의 실체를 반증하는 것이다. 살아온 반세기를 돌아보며 부끄러움이 많다.

   사랑의 필요성에 관하여서는 불문가지이다. 섬김의 인격 또한 연습으로서 접근해 갈 일이다. 그 토대는 무아(無我)에 대한 철저한 관행과 세상 행복에의 은은한 대원지심이다. 나아가서 존재의 초월성에 대한 면밀한 깨달음이다. 사람을 대함에 그 존재의 신비성만을 관한다 하더라도, 한 치의 이기심 없이 제대로 관해본다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성역(聖域)임을 고개 끄덕일 것을......................!!!  
 

  제법 날씨가 쌀쌀하다. 더욱 빈 마음으로 더욱 온기를 더해가고 싶게 하는 날씨이다.  날씨가 더러 사람의 마음을 경각하게 하는 좋은 벗이 되어준다.                                                     


 2005년 11월 중순

명상의 집 ; 대화 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