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법문

소림사 - 달마대사를 찾아서..[5]

마음정원(寂光) 2005. 10. 26. 00:53

10월 2일(일) 비,  달마대사를 찾아서..

 

 

탑림 참배 후 소림사 경내를 찾아 10여분 걸어 내려오니 왼쪽으로 숭악의 소실봉이

병풍처럼 포근하게 소림사를 감싸고 있었다. 오른쪽 사당(祠堂)을 향해 잠깐 합장하고서 포장이 되지 않아 흙탕물이 튕겨오는 길을 따라 산 입구에 이르니 경운기 두 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나를 향해서 그냥 올라 갈 수 없으니 경운기를 타고 가라고 한다. 마음 같아서는 달마대사가 계시는 달마동까지 걸어가고 싶었으나 비는 그칠 줄 모르고 좁은 산길은 경운기가 오르내리느라 벌써부터 흙탕 범벅이 되어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경운기를 탔다. 차비가 1인당 10원(인민페)이라고 한다.

 

만행 길은 되도록이면 걸으면서 부딪히고 체험해서 느껴야 한다는 생각에 출발 때부터 튼튼한 등산화를 신고 온 것이 천만 다행한 일이었다. 경운기는 나 혼자만을 태우고 곡예 운전하면서 이리저리 쏠리고 옷이 젖는 나와는 상관없이 잘도 올라갔다.

 


어디가 어딘지도 모르고 무작정 달마대사를 찾아 나서는 나는 인도로부터 불교를 전래한 초조 달마대사가 면벽 9년이란 수행을 통해 중국 선종을 꽃피울 수 있었던 기운에 압도된 듯 벌써부터 흥분되고 설레이는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등에 짊어진 카메라 가방도 젖고 옷도 젖고.. 급기야는 내 마음까지도 젖어들기 시작했다.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석가모니불..~~

 

이처럼 환희심 일어나는 염불이 있었던가..!!

간절한 염불소리와 함께 가슴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감동과 기쁨이 하나되고 보니 찢어질 듯 소음을 내던 경운기 엔진소리는 조용히 사그라지고 말았다. 마음은 그냥 뛸 듯이 홀가분하고 즐거웠다. 내리는 비 조차 반가운 염불되어 하나가 되었으니

 

경운기가 멈춰서고 한참 만에 내려서서 앞을 쳐다보니 길다랗게 돌계단으로 올라가게 되어있었다. 아~~ 이곳이 달마동이란 말인가.. 급경사를 이루는 돌계단을 단숨에 올라서니 암자가 나를 맞이했는데 다름아닌 초조암 대전(初祖庵大殿)이었다. 

 

초조암대전(初祖庵大殿) - 초조암 대전 계단 앞 표지석



초조암 입구 계단과 천왕문, 대전 앞 마당의 향로가 보인다.


 

초조암 대전은 일명 初祖殿이라고도 하는데 초조 달마대사를 모셔놓은 암자였다. 천왕문을 들어서니 대전 앞 마당에는 큰 향로가 놓여져 있고 그 뒤로 달마대사 상을 모신 초조전에 있었다. 초조전을 들어서니 그냥 숨이 막힐 것 같은 긴장감이었다. 법당 문을 열어 놓았는데도 전기불이 없어 어두컴컴하고 어딘지 눅눅해서 상큼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가방을 내려놓고 향 불을 피워 올리고 조심스레 합장 삼배했다. 아.. 달마대사님, 이렇게 뵐 수 있는 인연에 감사합니다..

 


디카로 겨우 촬영할 수 있었던 초조전의 달마대사 좌상(중앙) 


 

법당 앞에 사진촬영금지 라고 빨갛게 적혀 있는데 그냥 참배만 하고 나서자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다. 입구에 지키고 서 있는 관리인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겠느냐고 방긋이 웃으면서 이야기 했더니 첫마디가 부씽(不行)이다. 안된다는 이야기다.

하는 수 없이 고도(..??)의 심리전에 돌입할 수 밖에..합장 염불하면서 법당을 몇 바퀴 돌고나서 이것 저것 관심을 보이며 이야기를 나누자 이내 사진촬영을 허락하는 것이었다. 급한 마음으로 카메라를 꺼내 들었으나 후레쉬 작동이 안되는게 아닌가.. 건전지 바테리 준비를 못해온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약하게 후레쉬가 터지는 디지털 카메라로 봉안된 달마대사상을 촬영하고, 제대로 촬영할 수 있는 아나로그 카메라 촬영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마음은 기쁘고 뛸 것만 같았다.

선승이신 달마 대사를 친견하는 자리에서 선정(禪定)의 자세로 마음에서 일어나는 온갖 경계를 고요히 바라볼 일이지 그 마음자리는 온데간데 없고 이렇듯 들뜨고 흥분된 마음 뿐이니

 

 

초조암을 뒤로하고 천왕문을 나와 계단을 내려오는데 와당탕탕..******

보기좋게 비에 젖은 돌계단에 그만 온 몸이 중심을 잃고 내동댕이 쳐졌다. 아이쿠~~ 그렇잖아도 비에 젖은 몸이 불편했는데 계단을 굴러 땅으로 떨어지고 말았으니.. 엉덩이와 허리가 무척이나 아팠지만 몸은 그렇더라도 둘러맨 카메라가 손상되지 않았나 걱정되었다.

달마대사께서 달마동을 찾아 오는 입구에서부터 초조암에 이르기까지 사진이다 뭐다..온갖탐욕으로 가득한 내 마음을 그냥 그대로 돌려보내기가 용납되지 않아 뒤통수를 갈겨 때린 것 같았다. 잠시 엎어진체 있다가 일어나서 초조암을 향해 부끄러운 내 마음을 드러내 놓고서야 발걸음이 가벼울 수 있었다.

 

숭산 오유봉(종일 비가 내리고 있었다)

 


숭산의 가을단풍

이제 이곳에서 한시간 혹은 두어시간 오유봉을 향해 산행을 해야 한다. 질퍽거리는 흙탕길을 겨우 피해가면서 한 걸음 한 걸음 걷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무릎이 아파왔다.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통증이었다. 하필이면 산행을 하는 이 시간에 무릎고장이 나다니..!!

달마대사께서.. 그리고 구도의 길을 떠나기 위해 역대 선사들께서 간 길이 결코 순탄한 길이 아니었음을 깨닫게 한다. 무릎통증을 그대로 마음으로 바라보자.. 그러면 사라질 것이다**

 

 

< 소림사 이야기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