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 사람을 놓아주고 무너지는 심정으로 집을 나왔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관대한(?)나에게 그는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 하였고 급기야는 인간으로써, 부모로서의 모든 책임을 회피한 채 나와 아이들을 팽개치다시피 하고 내보냈습니다.
아니, 그 실랑이가 싫어 내가 스스로 나왔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가정이란 테두리 안에서 살림과 양육과 내조밖에 모르고 살았던 내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직장인으로서 힘겨운 일을 하는 나에겐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난 세상을 너무 모르고 살아왔었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날수록 미움이 무뎌지고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야함에도 나는 반대로 더욱 미워지고 용서할 수 없는 마음만 쌓여갔습니다.
혹자는 그런 마음을 미련이라고도 얘기하지만 결코 그건 아닙니다.
상식적으로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사고와는 너무 다른 이기적이고 책임감 없는 태도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제는 그 사람 와이프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남의 가정을 깨고 자기의 가정도 버린 부끄러움도 모르는 듯 "아이들을 미끼로 양육비를 뜯어내더니 이젠 등록금까지 해달란다"고 나를 핀잔하고 추궁하는 얘기를 들으며 나는 기가 막혔습니다.
그동안 혼자 힘으로 살아보려 노력했지만 박봉의 생활이 힘에 버겁고 아이들에게 그런 환경을 만들어 준 것 또한 너무 미안해서 3년 전 양육비청구소송을 해서 매달 얼마 안 되는 돈을 받은 것과 대학2학년인 아이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휴학해야할 상황이 되어 아이가 아빠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한 것이 화근이 됐나봅니다.
그 사람에게는 그만한 능력이 충분히 있고 설사 그렇지 않다 해도 아이의 교육을 위한 일이라면 다른 것을 포기하고라도 도와줘야한다는 내 생각과 사고가 잘못 된 것인지... 이제는 혼란스럽기까지 합니다.
나 스스로가 편해지기 위해서도 용서하고 잊어버려야 하는데도 그런 내 마음을 가만 두지 않는 크고 작은 그러한 일들의 반복이 나를 더욱 화나게 하고 독이 오르게 하는 걸 그들은 모르는 것인지... 어제는 저도 심한 말을 퍼부어 댔습니다.
"미안해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도 모자랄 판에 어떻게 그런 뻔뻔스런 얘길 할 수 있냐고... 망신당하기 전에 가만있으라고, 직장에서도 동네에서도 얼굴 들고 다닐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고..."
그러고 나서 밥 한 술 떠 넣지 못하고 편치 않은 마음으로 밤을 지샜습니다. 사람들은 사랑이라는 말들을 자주 하고 삽니다. 하지만 희생하지 않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님을 사람들은 알고는 있는 것인지, 나의 그런 생각이 잘못 된 것은 아닌지 혼란스럽습니다.
"무슨 권리로 내 자녀들을 미워하느냐" "그런 너 스스로를 회개하라" 하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쉽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사는 건 너무 힘든 인간들의 숙제인 것도 같습니다.
- 못난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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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새벽편지 '가슴이 답답합니다' 가 나간 이후 엄청난 격려의 글들이 쇄도하였습니다.
오늘 여기 또 한사람이 힘겨워 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 누나요, 바로 우리의 언니입니다. 그러나 글을 쓰신 '못난이' 님은 낙심하지 마시고 미움을 버리세요.
이들을 위해 힘이 될 수 있도록 격려의 글을 보내주십시오. 새벽편지가 또 한 사람에게 용기를 드릴 수 있음에 그 역할이 얼마나 값진지요.
- 용서는 새로운 꿈을 낳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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