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편지

살며..생각하며...

마음정원(寂光) 2005. 6. 30. 11:26

한동안 몸도..마음도 산란하여 마치 잠을 자지 못한 사람처럼 멍한 시간들이었습니다.

중국 현지에서의 사업이 참으로 어렵고 힘들다는 것을 절감하는 순간이기도 했구요

엄격한 법(法)이 있으면서 법(法)이 존재하지 않는 나라...

무법(無法)이 법(法)이고.. 유법(有法)이 법(法)인 나라..

사회질서와 공공의 안녕을 위한 법의 적용은 자국 또는 당지 인민정부의 유리한 해석에

따라 달라지는 나라가 13억 거대 인구의 중국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갑자기 회사로 들이닥친 촌인민정부(50년 공장임대 상대자)의 치안대요원들이

정문을 걸어잠그고 모든 출입을 철저히 막는..지구상 어느곳에서도 통할 수 없는

어처구니가 없는 불법 점거 행태가 공공연하게 일어나도 그냥 보고만 있어야 하는

허탈감..분노..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불평등한 모든 요구에 감사히.. 법적하자가 없는 완벽한

상호협의 계약서를 만들어 바치는 자존도.. 용기도.. 힘도 없는 허약하고 해바라기 같은

사람들...... 그들이 누구인지..

항상 제 잘난체 하는 사람들이 정당하고 정의로워야 할 상황에서는 슬그머니 뒷구멍을

찾는 못난이들이 바로 **** 사람들이 아닌지...

 

자국민의 신변안정과 재산을 보호하고 위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지 주재 공관과의

연락은 거의 반나절동안 전화를 돌려도 통화할 수 없는 시스템이 또한 우리네 주재

공관이 아니던가.. 참으로 한심하고 어처구니 없는 상황들이었습니다.

 

어제 오후..

이곳에 있는 한국절 금강선원 법인 주지스님께서 테이트하자며 전화가 오셔서

많이 반가웠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난주 불교 교양대학 강의와 보름법회에 참석치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흔쾌히 뛰어가기로 했지요..어쩌면 내 마음 한편에는

법회와 불교 교양대학에 참석하는 보살들이 못마땅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스님께서 한국에 가고 계시지 않은 지난번 강의시간에 모든 준비를

잘 해서 갔는데 학생은 딱 한분의 보살님만 와 있지 않겠습니까..ㅎㅎ

이런저런 연유로 해서 조금은 소홀한 마음이었는데 스님의 테이트 요청에 괜한 마음을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습니다

 

스님과의 대화..

지금도 조용히 두 눈을 감고 마음으로 헤아려 봅니다.

30여년의 비구니 스님으로서의 출가생활과 외국에서의 홍포활동 그리고 정법과

좌절에서 찾는 지혜와 깨침..

세간과 출세간.. 수행자로서의 삶..

그리고 주어진 승속 인연의 고리.. 모든 것 놓아두고 가야할 회향의 길..

많은 것을 느끼게 했고, 또 깊이 생각해야 할 화두로 남았습니다.

 

스님과 가까이 있어보면 참으로 편안하고 마음이 고요해 집니다.

하지만 때로는 철퇴로 머리를 치는 천둥이 마음에 일고

발심과 원력의 원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선지식을 가까이 하고, 선지식을 찾는 일은 우리 불자들이나

수행자들에게는 참으로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산사.. 법우님들께서도 가능할 수 있다면 부처님처럼 마음으로 모실 수 있는

선지식이 계시면 좋겠습니다. 자그마한 사찰의 정겨운 스님이든, 원찰의

주지스님이든, 아니면 토굴에서 수행하고 계신 선승이든 꼭 한분만이라도 편안하게

찾을 수 있는 스님이 계시면 좋겠습니다.. 신행생활에 분명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이국 땅에서 업무에 바쁘고 쫒기다 보면 때로는 이곳 산사의 뜨락에

발길이 뜸해야 할 때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법우님들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가득합니다.

하지만 늘 맑은 향기로 자리 지켜주시고, 살아가시는 아름다운 모습 놓아두고 가시는

좋은 법우님들이 계시기에 언제나 그 분들께 고맙고 감사한 마음으로 합장 인사를

드리곤 합니다.

장마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즈음 다함께 건강하시고 행복한 시간 되시길 빕니다

 

성불하십시요..()()

 

적광 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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