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은 매이지 않은 배와 같은지라
가거나 멈추거나 흐름에 맡겨 둘 것이요,
마음은 이미 재가 된 나무와 같은지라
칼로 쪼개건 향을 칠하건 무슨 아랑곳이 있을 것인가?
내몸은 닻줄이 끊어진 배와 같으므로
모든 것을 물결의 흐름에 맡겨둔다.
내 마음은 바삭 말라 버린 나무와 같으니
쪼개거나 칠을 하거나 그대로 방치해 둔다
모든 것은 찾아 왔다가 떠나가고 사라진다
그것이 우주와 자연의 섭리이거늘
아쉬워하고 섭섭해하고 안타까워하고 슬퍼하고
미련을 가지는 것은 인간의 정 때문이리라.
이러한 정의 속박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래서 자연의 흐름속에 자신을 온전히 맡길 수만 있다면
그 사람은 모든 일에 초연해질 수 있는 법이다.
요는 이런 그물코와 같은 사회에서
그물코에 걸려 가며 살아가는 한
고달플 수 밖에 없는 것이 인생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문제다.
짜증스럽게 받아들이면 한없이 짜증스럽겠지만
자연에 순응하는 마음가짐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렇게 괴롭지만은 않은 것이 인생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