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뜨락

[스크랩] 만남 / 안병욱교수

마음정원(寂光) 2015. 6. 17. 07:24
 

 

만   남                             

우리는 만남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데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고,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만나고 싶은데
만나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고,
만나고 싶지 않은데
만나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

불교에서 말한 인생의 팔고(八苦),
즉 여덟 가지의 괴로움 중에서
두 가지는 만남에 관한 괴로움이다.

하나는 '애별리고(愛別籬苦)'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이다.

또 하나는 '원증회고(怨憎會苦)'다.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괴로움이다.
인생의 만남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 수 있다.

괴로움 중에서 가장 큰 괴로움의 하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이다.
부자간의 이별, 모녀간의 이별,
다정한 친구와의 이별, 깊은 사제간의 이별,
부부간의 이별,
이별은 언제나 괴로운 것이요.  슬픈 것이다.

사랑이란 항상 같이 있고 싶은 감정이다.
이별은 그 감정을 끊어 놓는 것이다.

문학과 예술의 비극작품이
대개 인생의 이별을 중심으로 하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야 하는 괴로움도 크지만,
미워하는 사람과 만나야 하는 괴로움도 크다.
원수가 외 나무 다리에서 만나는 것은
얼마나 괴로운 일인가. 

서로 미워하고 싫은 사람끼리
일생 동안 한 지붕 밑에서
한 솥의 밥을 먹으면서
살아야 하는 불행한 부부관계는
인생의 가장 으뜸가는 괴로움 중의 하나다.

한 직장에서 보기만 해도
불쾌한 사람과 이마를 맞대고
같이 일을 해야 하는 괴로움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머리 속에 그 이름만 기억해도 역정(逆情)이 나고
기분이 나쁜 사람을
우리는 저마다 한두 사람씩 가진 채 인생을 살아간다.

사랑하면서도 헤어져야 하고,
미워하면서도 만나야 하는 것이
우리의 인생이요. 운명이다.

불교에서는 전생에 5백 번 만났던 인연이 있는 사람이
금생에서 잠깐 옷자락 한번 스치면서 지나간다고 한다.
우리는 길가에서 수 없이 많은 사람을 만난다.
서로 잠깐 얼굴을 바라보고 옷소매 한 번 스치고 지나간다.
서로 누군지도 모른다.
누군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또 알 필요도 없다.
그러나 길가에서 잠깐 얼굴 한 번 보고 지나가 버리는
그 간단한 사건, 그 아무것도 아닌 사실이
금생에서 이루어지려면 전생에서 5백 번 만났던 깊은 인연이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매우 재미있는 사상이다.
왜 그런 사상, 그런 발상법(發想法)이 생겼을까.
나와 만나는 사람들을 미워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나는 생각한다.

기차나 버스 속에서 우연히 내 옆에 앉은 사람을 볼 때,
'아, 전생에서 수천 번 만났던 사람을
또 만나게 되는구나'하고 생각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에게 말 한 마디라도
친절하게 하고 다정하게 웃어줄 수 있다.

전생에서 5백 번이나 만난 인연이 있어야
금생에서 잠깐 옷자락이라도 스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서로 친구가 되고, 부부가 되고, 사제지간이 되고,
부자지간, 모녀지간이 되고, 형제자매지간이 되려면
전생에서 수천만 번 서로 만났었을 것이다.

그것은 바다처럼 깊은 인연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나와 깊은 인연이 있는 사람을
결코 소홀히 대해서는 안된다.
정성과 사랑으로 대해야 한다.

서로 만난다는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시간상(時間上),
공간상의 동일점에서 우리는 서로 만났다.

시간이 다소 틀리고
공간이 조금 틀려도
우리는 서로 만날 수 없다.

'지금 여기'라는 시간과 공간 위에서
나와 너는 서로 만나는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불행한 만남이 얼마나 많은가.
기쁨으로 만났다가 슬픔으로 끝나고,
사랑으로 만났다가 미움으로 끝나고,
신뢰 속에서 만났다가 배신으로 끝나고,
기대 속에 만났다가 후회로 끝나고,
동지로 만났다가 원수로 끝나고,
희망 속에 만났다가 절망으로 끝나고....
세상에는 그런 불행한 만남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는 기쁨으로 만났다가 기쁨으로 끝나고,
사랑으로 만났다가 사랑으로 끝나고,
믿음으로 만났다가 믿음으로 끝나고,
동지로 만났다가 동지로 끝나고,
희망으로 만났다가 희망으로 끝나는
행복한 만남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세 가지의 만남을 가져야 한다.

첫째는 깊은 만남이다.
얕은 피상적(皮相的) 만남이 아니고,
너와 내가 마음의 창문을 활짝 열어 놓고
내 정성과 네 정성, 내 혼과 네 혼,
내 실존(實存)과 네 실존, 내 진실과 네 진실이
깊은 데서 서로 만나야 한다.

둘째는 창조적 만남이다.
너와 나의 만남이 우리의 정신적 향상이 되고
마음의 심화(深化)가 되고,
인격의 교류(交流)가 되고,
생활의 창조가 되는 그러한 만남을 가져야 한다.

세째는 행복한 만남이다.
너와 나의 만남이 서로 기쁨이 되고,
감사가 되고, 보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만남이 깊고 창조적이고 행복한 만남이 될 때
우리의 인생은 환희(歡喜)와 祝福의 生이 될 수 있다.

<안병욱교수의 “만남”>

 

출처 : 향기있는 좋은글
글쓴이 : 범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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