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
신경림
언제부터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우리는 무엇이 이리 바쁜가? 내 머릿속의 오늘은 왜 이리 복잡한가?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 있는가?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여기까지 밀려온 세월은 또 무엇인가?
언제 한번이라도 나 자신을 조용히 들여다보며 지나온 삶을 뒤적여본 적이 있었던가?
외로워서, 외로운 내가 외로운 나에게 눈물을 흘려주었던 일이 그 언제였던가.
허리 굽혀 신발끈을 매는 이 아침, 아, 나도, 살다가, 때로, 조용한 갈대가 되어 울어보고 싶은 것이다.
- 김용택 『시가 내게로 왔다』 중
출처 : 소리경전공덕회
글쓴이 : 햇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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