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 오솔길

[스크랩] 차 한잔의 여유..

마음정원(寂光) 2012. 2. 24. 08:17

일요일..

이른 아침 길을 떠납니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밀집모자 눌러쓰고서 그냥 편안히 걷고.. 바라보고..

자연과 함께 대화하는 명상 산책 길은 행복한 시간입니다.

만사 제쳐두고 걷는 시간은 오후 2~3시가 되어서야 돌아오지만

땀으로 흠뻑젖은 몸은 오히려 상쾌함을 더해 주지요..~

 

 

아침 일찍 들녘에 나외 일하는 농부들..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인지요..!!

 

바쁘지 않고

헐떡거리지 않고..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베트남 농부들의 여유롭고

넉넉한 마음이 늘 마음에 와 닿습니다.

 

 

멀고 긴 외길..

자전거나 오토바이가 다닐 수 있는 좁은 흙길이 강 따라

아주 길게 들판을 가로질러 나 있고 길 양옆은 한없이 펼쳐진

푸르런 들판에 바람따라 출렁대는 벼가 뜨거운 태양열 아래 여물어 가고 있습니다.

좁은 길이기에 마주치는 낮선 사람들 한테 인사를 건내고 미소를 보냅니다.

한결같이 반갑게 눈 웃음으로 답하고 고개를 끄떡이며 반가움을 전하기도 합니다.

 

길..

항상 길을 떠나지만 그 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길을 떠나는지 잊고 지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이 길을 가는 것이고 그 길 위에서 시작하고 마무리되는 인생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벼를 베어놓고 말리는 중입니다..

문득 고향이 그립고 어릴적 추억이 새삼스러워집니다.

부모님과 함께 모내기도 하고 벼 타작도 하던 기억들이 생생합니다.

씨앗을 뿌려 자연과 인간의 손길을 받아 어린 모종에서 출발하여 황금물결로 결실을 맺는

벼의 소중함과 모든 이들의 은혜를 생각하며 감사를 드립니다..

이렇듯 벼가 익어 누워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자연이 주는 넉넉하고 여유롭고 은혜의 경이로움을 느낍니다.

 

 

라오스, 캄보디아를 거쳐 베트남으로 흘러 들어오는

메콩강의 도도한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이곳 베트남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강 줄기따라

삶의 터전을 마련하고

강과 더불어 생활을 영위해 가고 있습니다.

 

통통배가 사람을 실어 나르는 강나루 선착장에 앉아

강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봅니다.

때로는 그 사람들 따라 배를 타고

저 건너로 건너가 그들의 집을 찾아가기도 하지요

순박하고 정겹고 따뜻한 사람들 입니다.

 

 

이 다리를 건너다 말고 한참 동안 서서 하늘도 쳐다보고

다리아래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도 바라보곤 합니다.

시멘트로 만든 튼튼하고 깔끔한 다리 하나라도 있을 법한데

항상 이와 같은 자그만한 다리가 놓여져 있습니다.

욕심내지 않고 억지 개발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이곳 사람들의 생활이

우리네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해 봅니다.

 

 

황금물결이 일렁이는 풍요로운 들판과 푸르런 신록이 살랑대는 나무들..

그리고 하얀 구름들이 시시각각 그려대는 하늘의 그림들..

귓등을 스치는 상큼한 바람소리..

이 얼마나 평화롭고 아름다운 모습입니까..~

 

그냥..그대로 주저앉아 자연 속에 묻혀 자연을 그대로 느껴봅니다.

눈으로 귀로 마음으로 전해져 오는 자연의 속삭임은

마음을 한없이 평온하게 하고 행복이 샘솟아 나게 합니다.

그냥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이고 은혜입니다..~~

 

결혼식이 있는 집이 있어 찾아가면

이방인에 대한 신기함과 궁금증으로 시선이 집중됩니다.

어린 꼬마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첫 마다가 "What is your name ?", "How old are you ?".....

더운 날씨에 땀을 흘리는 것을 보고 시원한 물도 갖다주고 때로는 술도 권합니다.

신부 친구들이 포즈를 취해 주네요..

 

 

이렇게 오랜 시간 산책길을 다녀오면 피곤한 몸을 편안하게 하는

안식처.... 회사에 있는 숙소 제 방입니다..

 

금강암(金剛庵)

몸을 씻고 앉아 조용히 두 눈을 감고 호흡을 지켜봅니다.

염불도 들어보고 명상음악도 들어봅니다..

모두가 은혜이고 감사입니다.

나무아미타불

나무관세음보살

 

 

다구들입니다.

지행심님의 아침편지와 차 한잔에 올려주신 " 차 한잔의 여유.."를 읽어면서

오늘의 산책 길에 함께 올려보고 싶었습니다.

함께 마실 사람이 없지만 차를 마실 땐 꼭 두 잔을 채웁니다.

한잔은 마음에 떠오르는 분을 위한 잔이지요..

오늘은 법우님들과 함께 차 한잔의 여유를 갖고 싶어집니다.

시공을 초월한 산사의 뜨락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이기에

아시는 스님께서 주신 좋은 차를 다려 드리고 싶네요

 

차 한잔의 여유..

우리는 차를 마시면서 어떤 여유를 갖나요 ?

서둘지 않고 편안한 마음되어 찻잔을 받아들고서

차향과.. 차 색깔과.. 차 맛을 음미하고

뜨거운 잔의 기운도 알아채고..

그래서 조용히 맑은 미소를 찻 잔에 띄울 수 있지요

오늘은 제가 법우님들께 차를 드립니다..

_()()()_

 

 

차를 마시고 나서 다구를 깨끗이 씻고 물기를 닦아 놓으니 다구도 빛을 발합니다..

 

 

함께 자비의 전화에서 상담봉사를 하셨던 도반님께서 주신 찻 잔입니다.

이중으로 되어있어 잔을 잡은 손이 뜨겁지 않은

하얀 옥색에 연꽃이 그려져 있는 행남자기 본차이나입니다.

반야성님..좋은 찻잔을 주셔서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멋진 찻잔이 차 향기를 더하는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적광 합장.._()()_

2010. 3. 22

출처 : 산사의 풍경소리
글쓴이 : 寂光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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