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

자비의 전화 24시 현장 <주간불교신문>

마음정원(寂光) 2011. 11. 24. 23:57

“고민 함께 풀며 성숙해 가죠”
불교상담, 마음치료 지름길②자비의 전화 24시 현장
<인터뷰> 불교상담개발원장 담교스님
“가장 위대한 상담가는 부처님”
“부처님께서는 가장 위대한 상담가셨어요. 상대의 표면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내면적인 문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깨달음으로 이끌어 주셨죠. 그래서 우리 상담가들의 롤모델은 부처님입니다”

4월 27일, 올해로 개원 11주년을 맞는 불교상담개발원 원장 담교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자비의전화 제6기 카운슬러로 시작해 올 2010년 1월 제 4대 자비의 전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불교상담의 특징에 대해 묻자 스님은 “불교상담이란 문제 이면에 있는 것들을 파고들어 수행까지 이르게 하는 고차원적인 상담이죠. 서구에서 들어온 일반적 상담이 표면적인 문제 해결에서 그친다면 내담자들의 문제 해결의 단계를 넘어 수행에까지 이르게 한다는 특징이 있죠. 즉 한 인간을 성숙으로 이끌어 주는 것이 불교 상담입니다”라고 전했다.
담교 스님은 “부처님은 저희 상담원들의 롤모델이라고 할 수 있죠. 중생 근기에 따라 상담을 하고 중생을 교화했죠. 동일한 문제라도 본인이 어떤 상태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게 다르잖아요. 그 사람 상태에 맞게 잘 풀어주는 게 중요하죠. 그런 면에서 부처님은 다양한 문제 접근 방식을 가진 위대한 상담가셨죠”라고 설명한다.
앞으로 불교 상담개발원은 각 사찰을 중심으로 자살예방센터 설립 추진 중에 있다. 스님은 “우리 사회에 자살이 큰 문제가 되고 있잖아요. 각 사찰에 자살예방센터를 열어 상담원을 파견 자살 예방에 앞장 설 것”이라며 포부를 전했다

연 80여 봉사자들 상담원 활동
전화·사이버 등 24시간 상담
Q:저는 같은 과에서 만난 남자친구와 공인회계사 시험 준비를 해 왔습니다. 2년 전 남자친구는 회계사 시험에 붙어 명망 있는 회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험에 떨어진 저는 다시 시험을 준비했지요. 그런데 남자 친구의 태도가 돌변했습니다. 제 전화를 받지도 않고 늘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해 저는 또 시험에 낙방했고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와 결혼을 한다고 합니다. 세상 살고 싶지 않습니다.
A: 한 여인이 아들의 죽음을 너무 슬퍼하자 부처님께서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을 찾아보라고 했죠. 하지만 어느 한 집도 사람이 죽지 않은 집은 없었습니다. 이처럼 만나면 누구나 헤이지게 돼 있습니다. 그 사람은 자기 갈 길을 간 겁니다. 원망하지 말고 현재 자신의 일상을 찾는 일이 중요합니다.

Q:저는 두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남편과 별탈없이 잘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6개월전 남편이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집을 나갔습니다. 얼마 안 남은 인생 정말 사랑하는 여자와 살고 싶다고 합니다. 그렇게 남편을 보내줬지만 너무 화가 나고 모든 게 원망스럽고 힘이 듭니다. 어떻게 세상을 살아야 할이지 모르겠습니다.
A: 모든 일은 인연 따라 오고 가는 겁니다. 지금 남편이 떠났다고 해서 그걸로 모든 게 끝나는 게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제 1의 화살은 맞을지언정 제 2의 화살은 맞지 말라고 했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상을 돌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남편과의 인연이 다 했다면 새로운 삶을 찾으면 되고 남편이 자신의 판단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돌아 올겁니다.
내담자 A와 B 씨의 자비의 전화 상담 내용이다. 남자친구를 잃고 회계사 시험에 연이어 낙방하던 A씨는 현재 중소기업에 취직해 새로운 삶을 찾았고 남편의 외도로 괴로워하던 B씨는 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사는 동안 남편이 돌아왔다.

세상 살다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이 생기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한 경우도 발생한다. 이럴 때 내 막막한 고민을 들어줄 누군가가 가까이 있다면 좋을 텐데라고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불교상담개발원 자비의 전화는 21년째 내담자들의 상담을 들어 주고 있는 상담 프로그램이다. 연간 80여 자원봉사자들이 어둡고 막막한 곳에서 고민하고 있는 내담자들에게 자비의 손길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4월 26일 기자가 종로구 수송동에 위치한 불교상담개발원 자비의 전화 현장을 직접 찾았다. 2명의 상담원이 각각 상담실에서 전화를 받고 있었다. 상담원들은 차분한 목소리로 상대의 고민을 들어주기도 하고 또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해주기도 했다. 고민은 다양했다. 불륜관계에서 오는 양심의 가책과 불안 호소, 경제적 궁핍에서 오는 짜증과 분노, 가족 모두가 기독교인인데 혼자 불자로 살아가기 힘들다는 하소연 등등.
화요일 오후 5시면 이곳을 찾아 상담 봉사를 하고 있는 A스님은 “심각한 고민 상담도 많지만 저를 당황스럽게 하는 전화도 있어요. 특히 성적인 욕구를 얘기하는 남성 분들 때문에 처음에는 많이 곤혹스러웠죠. 제가 왜 이런 사람들 얘기까지 들어야 하나 화가 났어요. 하지만 이 사람들 이렇게라도 풀지 않으면 밖에 나가서 성폭행할 수도 있겠구나, 이 전화 한 통화가 성폭행 하나를 막을 수 있을 거라는 마음을 가지면서 그들을 이해하게 됐죠”라며 상담 경험을 얘기한다.
현재 월 8시간 상담봉사를 하고 있는 B씨는 상담을 통해 자신도 성장해 간다고 얘기한다.
B 씨는 “가정문제 인생문제 대인관계 등 다양한 상담들이 들어오고 있어요. 대부분의 내담자들이 모든 문제를 남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많아요.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어요. 이렇게 상대 이야기를 들어주다 보면 그들의 모습이 나와 다르지 않다는 걸 느껴요. 결국 이것이 내 수행이 되고 또 스스로 성장해 가는 걸 느낍니다”라며 상담의 보람을 말한다.
불교상담개발원은 자비의 전화를 비롯해, 자비 24 사이버상담, 아하섹스 청소년사이버성상담, 전문면접상담 등을 통해 내담자 고민을 불교 근본 가르침에 따라 해결해주고 있다.
불교상담개발원 김성례 사무국장은 “자비의 전화는 1990년 시작해 현재 21년 동안 꾸준히 운영되고 있는 불교상담개발원의 대표 상담 프로그램이죠. 대부분이 인간관계에서 오는 갈등을 고민하는 경우가 많아요. 이들을 조금 더 자세히 분류해보면 성상담 자녀교육 문제, 신행상담 등 연 3천 여건의 상담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한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는 동안 어느덧 시간이 지나 저녁 6시가 넘자 하나 둘 씩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바로 불교상담대학원 수업을 듣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었다. 불교상담개발원은 현재 불교상담대학 졸업자에게 2급 불교상담심리사 자격증을, 대학원 졸업자에게는 1급 불교상담심리사 자격증을 발급해오고 있다.
그렇게 서강대 학생생활 상담연구소 김영란 선생님의 합리적 정서적 행동 치료(Ellis REBT) 수업이 시작됐다. 그는 “합리적 정서적 행동 치료는 상담의 여러 가지 이론 중 하나입니다. 우리가 정서적 고통을 느끼는 것은 비합리적 신념 때문이죠. 한 사람이 사건을 어떻게 지각하느냐에 따라 모든 상황은 달라진다는 걸 말하고 있죠”라며 수업 내용을 설명한다. 선생님이 자신의 실제 성장 경험을 예를 들어 이론을 설명하자 학생들 각자의 경험을 내놓으며 수업은 어느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강연순씨(48)는 “상담 공부하고 봉사를 병행하며 내 문제가 스스로 치유 됐어요. 결혼하고 동서간의 갈등이 심했는데 불교상담 대학과 대학원 다니며 집단상담 개인 상담을 하면 제 문제를 발견했습니다. 내 옳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방에 굽히지 않았던 저를 본 거죠. 이제는 모든 문제들이 원만해졌습니니다”라며 공부의 보람을 얘기한다.
앞으로 불교상담개발원은 사이버상담대학원을 개설해 불교 상담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가 공부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김성례 사무국장은 “현재 포교원과 함께 개설 시기를 논의중에 있습니다. 많은 상담원이 전국적으로 배출돼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정혜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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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자비의 전화 20년 봉사 이석진 씨
“남 고민 함께 나눠 즐겁고 보람”
20년간 한결같이 자비의 전화를 지켜온 이가 있다. 바로 서예가 이석진(49) 씨다. 매주 수요일 저녁 9시에서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자비의전화 봉사를 해온 이 보살. 그저 절이 좋아 전국 사찰을 떠돌던 그녀는 20여년전 조계사에서 열리는 강좌를 모조리 섭렵한 적이 있다. 그때 알게 된 것이 불교상담이었고 지금까지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전화 상담을 한번도 봉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재미있고 좋았을 뿐이다. 이 씨는 “좋아서 하다보니 벌써 20년이 됐네요. 밤에 전화 받는 게 어렵지 않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남의 고민 함께 나눠 주는 일이 그저 보람되고 재미있습니다. 사람들마다 정말 말 못할 사연들이 많아요. 특히 밤은 낮보다 감정적으로 더 복잡해질 때가 많잖아요. 그런 사연을 귀 기울여 들어주다 보면 제가 특별한 답을 제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차분해지면서 답을 얻는 거 같아요”라고 말한다.
가장 오래된 내담자는 누구냐는 질문에 뜻밖에 기독교인 내담자가 20년간 꾸준히 전화를 주고 있다고 한다. 이 씨는 “물론 저에게만 전화를 주는 건 아니구요. 제가 워낙 오래 하다보니 그분의 전화를 자주 받고 있죠. 자신의 일상 문제에서 비롯해 신앙 활동의 고민을 얘기하고 들어주고 있어요”라고 전한다.
봉사가 일상 같다는 그녀는 주말이면 고아원 아이들을 돌보러 간다고 한다. 그런 이 씨의 환한 미소에서 진정한 나눔의 기쁨이 무엇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주간불교신문 정혜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