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류씨 족보

세(世)와 대(代) - 류주환

마음정원(寂光) 2011. 9. 17. 19:10

세(世)와 대(代)

- 류주환, 2011. 2. 27.


세와 대의 문제는 간단하지는 않고, 여러 차례 이런 논의가 나왔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5대조는 '고조의 아버지'의 뜻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실상 세와 대는 그 뜻의 차이가 없는 글자들인데, 처음부터 셀 때에는 문제가 없지만 어떤 위치를 기준으로 그 위 아래를 언급할 때는 혼돈이 있어왔습니다.

그 해결방법의 첫째는 세와 대를 구별 없이 사용하며, 위 아래로 셀 때 당사자를 포함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에 의하면, 1. A, 2. B, 3. C, 4. D, 5. E, ...가 있을 때, A는 C의 3세(대)조이고, E는 C의 3대(세)손입니다.

둘째는 여러 종중에서 관습적으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던 방법입니다. 이 방법에서는 위로 셀 때는 자신을 빼고 '대조'를 붙이고('세조'라는 말은 쓰지 않습니다), 아래로 셀 때는 당사자를 넣고 '세손'을 붙입니다. 이 방법에 의하면 A는 C의 2대조이고, E는 C의 3세손입니다.

셋째는 성균관에서 주장한 것인데, 세와 대를 구별 없이 사용하되, 위 아래를 호칭할 때 모두 당사자를 제외합니다. 이때는 A는 C의 2세(대)조이고, E는 C의 2세(대)손입니다.


이들에 대해 토론해 보면, 우선 다음과 같은 전제가 제시될 수 있습니다.

(1) 우리말 표현으로 "A는 C의 두 번째 조(祖)이다.", "E는 C의 두 번째 손(孫)이다."라는 표현들은 아무런 오해의 소지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런 명확함을 한문에서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2) 世와 代라는 한자를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世는 원래 十자가 세 개 들어 있는 글자이며, 30년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까지 대략 30년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나온 글자입니다. 반면에 代는 人+弋(주살 익)에서 나왔는데, '익'은 줄에 매단 화살로서 '교대'하는 표시로 썼습니다. 대신한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代는 원래, 좀 어렵게 표현하면, 각 사람의 존재로 구별되는 인간 삶의 단위를 말합니다. 이렇게 보면 실제로 世와 代를 구별하여 쓰기 어려워 실상 같은 뜻으로 봐야 합니다. 단, 世는 사람이 자식을 낳을 때까지 대략 30년이 걸리기 때문에 나온 말이라 아래쪽으로의 뉘앙스가 代보다 강합니다.

(3) A를 기준으로 해서 아래로 따질 때는 세와 대를 구별하지 않고 차례대로 1대(1세), 2대(2세), 3대(3세)...로 부르는 것에는 무리가 없고, 위의 세 방법이 여기에는 동의합니다. 문제는, 이때 2세(대), 3세(대), ...를 A의 후손이라는 의미를 붙여 2세(대)손, 3세(대)손, ...이라 부르는 경우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1세(대)는 당사자이니 '손'자를 붙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대승공을 1세로 하여 桓자 항렬이 36세인데, 이때 "문화류씨 36세(대)이다."는 타당한 표현이며, 여기에는 '손'의 개념이 약하여 "문화류씨 36세(대)손이다."고 하면 어색합니다. 그런데 간혹 문화류씨의 의미로 대승공을 쓰기도 합니다. 수사학에서는 환유법 혹은 대유법이라고 하며, 특히 문중 내에서 서로를 표현할 때 쓸 수 있습니다. 이때는 "대승공 36세(대)이다." 혹은 대승공의 자손이므로 강조하여 "대승공 36세(대)손이다."라고 쓸 수 있습니다. 위의 A, B, C, ...의 경우, "C는 A公(=1세)의 3세(대)손이다."가 되는 것이지요.

(4) 세와 대는 의미상 아래로 내려갈 때 사용되는 말입니다. 세와 대는 후손을 낳음에 따라 아래로 자연스레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원래는 위쪽 방향으로는 세이건 대이건 붙이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과제는, 위쪽으로 첫 번째, 두 번째, ... 등의 조상을 지칭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때 어떻게 써야 적절한가 하는 점이며, 이것이 세와 대의 논의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상의 전제를 바탕으로 논의를 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방법과 셋째 방법은 비중이 동일하며, 동일한 정도의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에서 아래쪽으로 셀 때 기준이 포함되는 것이 자연스러우니 위쪽으로도 그렇게 하자는 것이 첫째 방법의 취지이고, '세(대)조'와 '세(대)손'에서 '조'와 '손'을 붙이려면 기준을 포함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으니 기준을 제외하고 세자는 것이 셋째 방법의 취지입니다. 모두 그럴 듯합니다.

위쪽과 아래쪽으로 셀 때 달리하는 둘째 방법에 대해서는, 이 방법도 충분한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하며, 저 나름대로 다음과 같은 근거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곧, 世의 원래 의미상 그 말을 쓸 때 한 인간이 자식을 낳을 때까지의 시간을 감안하는 것입니다. 이때 C를 기준으로 하여 아래쪽으로 D는 C의 1世(30년)가 있어야 생기므로 D는 C의 2世가 됩니다. 반면에 위쪽으로 B를 이야기할 때는 C의 1世(30년)가 반드시 전제되는 것은 아니고 거꾸로 B의 1世(30년)가 있어야 C가 생기므로, B가 C의 1世가 되고, 조상임을 명기하여 1世조가 됩니다. 여기서 원칙적으로 世는 아래쪽으로 써야 하고, 世가 '30년'의 원뜻을 가져 그것이 강하므로 이것을 사용하지 말고 그런 뉘앙스가 적은 代를 사용하여 1代祖(=아버지)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위로 셀 때는 자신을 빼고 '대조'를 붙임('세조'라는 말은 쓰지 않음)"을 원칙으로 하면 언어의 사용이 명확해 집니다.

첫째 방법에서는 위쪽으로 셀 때 기준을 1세(대)로 부르는 것은 아들이 1세(대)고 아버지가 2세(대)라고 하는 것이어서 어색합니다. 물론 일관성 있게 거꾸로도 그렇게 생각하자 라고 하면 문제는 없을 겁니다만 그런 인식을 얼마만큼 퍼뜨릴 수 있느냐가 관건일 것입니다. 그리고 셋째 방법은 후손이 자기를 지칭할 때, 예를 들어 '대승공(=1세) 36세', '충경공(=1세, 대승공 14세) 23세(대승공 36세)'를 자신이 후손임을 강조해서 '대승공(=1세) 36세손', '충경공(=1세) 23세손'으로 부르는 것을 해결해 주지 못합니다. 이것도 이런 경우 '세(대)손'이란 말은 혼동이 되니 쓰지 말자라고 주장한다면 문제가 해결될 것입니다만, 자연스런 언어 사용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중국에서는 예외 없이 첫째 방법으로 쓰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설혹 중국에서 그렇게 쓴다 해도 우리 관습이 반드시 중국을 따라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 나이를 세는 방법과 서양의 그것이 달라도 하등 문제될 것이 없듯이, 우리는 우리 관습에 따른 호칭을 쓸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워낙 집안에서 둘째 방법으로 교육을 받아와서 여전히 그렇게 쓰고 있고, 족보도 살펴본 적이 있는데, 대략 그렇게 되어 있었습니다.

일견 단순해 보이는 문제지만 깊이 들어가면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렇게 논리상 어느 특정한 것이 우세하지 않을 때는 사람들 간의 합의와 대세(大勢)가 필요한 것이겠지요. 혹시 논의에 더 포함시켜야 할 다른 중요한 전제요소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2011. 2. 27. 彩霞 류주환

 


PS. 둘째 방법에 따른 용례: (예전에 비슷한 글을 썼는데 위의 논의에 따라 약간 수정한 것임)

- 나는 문화류씨 36세이다. [맞음.]
- 나는 문화류씨 36세손이다. [틀림. '손'을 붙일 이유가 없어 틀린 용법으로 보아야 함.]
- 나는 대승공 36세이다. [이것은 대승공 '집안'의 36세 사람으로 볼 수 있으나 '대승공'을 쓰면서 '손'자로 겸양하지 않는 어색한 어법임.]
- 나는 대승공(=1세) 36세손이다. [대승공에서 간격이 36세 떨어진 자손이 아니라 대승공을 1세로 한 36세의 사람으로서, 대승공의 후손임을 강조한 어법. 대승공 집안의 36세의 후손. 여기서 '대승공'은 '문화류씨'를 의미. 일종의 대유법(代喩法)임. '세손'은 기준을 1세로 보고 따지는 것이라고 정의.]
- 나는 대승공의 35번째 자손(후손)이다. [맞음. 대승공의 후손 중에서 35번째.]
- 대승공께서는 나의 35대조이다. [맞음. '대조'는 자신을 제외하고 계수(計數). 이때 '세조'라는 말은 '세'(30년)의 원의미와 어울리지 않으므로 맞지 않음.]
- 대승공께서는 나의 35번째 조상이다. [맞음. 나의 '조상' 중에서 35번째.]
- 나는 충경공파 23세이다. [충경공 = 문화류씨 14세]
- 나는 충경공파 23세손이다. ['손'을 붙일 이유가 없어 틀린 용법으로 보아야 함.]
- 나는 충경공(=1세) 23세손이다. [충경공을 1세로 하는 충경공파의 23세인 사람.]
- 나는 충경공(=1세)의 23세손이다. ['세손'은 기준을 1세로 보고 따지는 것.]
- 나는 충경공의 22번째 후손이다. ['22번째'는 '후손'을 수식함.]
- 충경공께서는 나의 22대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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