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고요한 곳"
/ 경허스님
깊고 고요한 곳 이 산에서
구름을 베개하여 졸고 있는 내 행색
에헤라 좋을씨고 그 가운데 취미를
미친십자로(十字路:온세상)에 놓아두리라.
부처와 중생 내가 알 바 아니고
해마다 으레 취한 미친 중일 뿐
때로는 일없이 멀리 바라보니
먼 산이 구름 밖으로 층층이 푸르네
세간 만법 무엇이 덥고 시원한가
때에 따라 둥글고 모나고 하네
너른 천지에 모든 유정(有情)들
낱낱이 영지(靈智)가 공했으니
삼가 통하려 하지말라
산은 은은하고 물은 잔잔히 흐르고
꽃은 피고 새는 우짖네
도인의 사는 지혜가 다만 이러하니
어찌 구구하게 세속 정리에 따르겠는가
이 게송은 경허 스님이 법어 중에 하신 말씀이다.
해마다 으레 취한 미친 중일 뿐이라고
자신을 폄하하는 경허스님의 깊은 의도는 무엇일까.
더구나 부처와 중생조차 어찌되든 알바 아닌 스님.
그저 아전투구의 속세를 뒤로하고
먼 산 구름만 바라보고 계시는 스님에게
진정 '법'과 '길'은 어떤 것일까?
모나고 둥근 것이 세상의 이치이거늘
진정한 구도자의 길은 세속과는 멀고 험난하다.
법어중 주장자로
책상을 한 번 내리친 경허스님은
다만 '탁'하는 이 소리조차 무슨 소리냐고
대중에게 일러 보고는
나도 모르겠다고 말씀하셨다 한다.
'다만 스스로
깨우쳐 마음 찾기를 놓지 말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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