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임아웃
봄에는 많은 꽃들이 핀다. 어디를 가든지 아름다운 그들을 만나볼 수가 있다. 오늘은 점심공양을 하고 산책을 나갔다. 일종의 나 자신을 위한 타임아웃이다.
타임아웃은 짧은 이탈로서 휴식이다. 늘 반복되는 개미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잠깐의 변화를 의미한다. 서류들과 산적한 문제들을 뒤로 한 잠깐의 외출이다. 삶의 방식을 바꾸는 영적인 여행이다.
뒷산을 한번 올라가본다든지 아니면 동네를 한 바퀴 돌고 온다든지 아니면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신다든지 아니면 여행을 다녀온다든지 그것도 불가능하면 잠깐 화장실을 다녀온다든지
그러면 분명하게 기분이 새로워지고 새로운 관점이 생겨날 것이다. 타임아웃은 행동수정에서 부모가 아이에게 사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넓은 의미로는 타임아웃은 내 영혼에게 휴식을 주는 잠깐 호흡을 고르는 쉼표이다.
오늘 나의 타임아웃은 오밀조밀한 동네의 좁은 길을 걷는 일이다. 이런 길들은 도시에서 사라진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산책을 할만큼의 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남쪽 창원과 제주지역은 이미 벚꽃이 다 져간다. 늦은 서울은 이제야 시작이다. 가까히 자세히 살펴본다.
담장을 넘어온 노랑 개나리 꽃들의 가장자리가 햇살 아래 투명하게 보인다. 나뭇가지를 따라서 줄줄이 매달려있다. 마치 도열하여 나팔을 부는 병정들 같다.
옆 담에는 벚꽃이 한 뭉치로 보인다. 어떤 꽃가지는 이미 피었다. 한 다발에서 여러개의 꽃방울이 고개를 내민다. 자세히 보니, 수많은 가지에서 셀 수 없는 다발들에서 각각 서너개의 꽃들이 피어난다. 피기 전의 꽃방울은 분홍색인데 새롭게 피어난 하얀색이 서로 화음을 이루면서 색깔의 합창이 장관을 이룬다.
계속 아래로 길을 따라내려가면 지붕위로 하얀 목련이 보인다. 푸르고 푸른 하늘 속을 하얀 꽃잎이 유영을 한다. 숨을 멈추고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과 함께 조금씩 흔들리면서 청초한 영혼이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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