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고요

심안(心眼)을 열어서

마음정원(寂光) 2008. 6. 25. 10:09

심안(心眼)을 열어서

성  종  화


눈은 마음의 창(窓)이다. 눈은 마음의 거울이다. 어머니의 가슴에서 젖을 먹고 있는 어린아이의 눈은 맑고 깨끗함이 호수와 같다. 그 눈으로 보는 세상은 아름답고 때 묻지 아니하였을 것이다.  그 맑고 깨끗한 눈도 성장하는 과정에서 보아서는 안 될 나쁜 일을 보게 되면서 어머니의 젖가슴에 안겨 있을 때의 그 맑고 깨끗한 눈은 어느 사이에 혼탁해지고, 처음 타고난 눈빛을 잃어가게 된다.

눈은 사물(事物)을 관찰한다. 눈이 관찰한 사물은 가슴에 담아 두게 된다. 일생을 살아가면서 좋은 사물만을 접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가슴에 담을 것과 버릴 것을 선별하여야 한다. 

나쁜 사물이 걸러짐 없이 가슴에 그대로 담긴 사람의 눈에는 그 사물들이 그 눈빛에 그대로 나타나게 된다.  눈은 우리의 인체 중에서 가장 민감한 기능을 가진 부위다.  거짓이 없다.  성인이 되어서도 눈이 맑은 사람을 대하게 되면 그 사람은 반드시 때가 묻지 아니하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심성(心性)을 지닌 사람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눈이 충혈(充血) 되거나, 상대편을 불유쾌하게 하는 눈빛을 띈 사람도 있다.  심성이 그렇지 못한 사람일 것이다.

나는 지난날 범죄 수사업무에 종사한 일이 있다.  범죄인이 사실을 부인하거나 거짓진술을 할 때에 나는 그 사람의 눈을 먼저 보았다.  조사하는 나를 똑 바로 보라고 하면 내 눈과 마주치지 않으려고 대개의 경우 눈을 아래로 내리 깔거나 피해 버린다.  나는 그렇게 하는 그 눈에서 그가 떳떳하다면 결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성직자의 맑고 깨끗한 눈을 생각해 본다, 현실의 사물을 관찰하여 맑고 깨끗한 영상만을 가슴에 담는 사람들이다.  그런 성직자의 눈은 세상의 잡다한 티가 끼어 들 수가 결코 없을 것이다,  영혼이 깨끗한 사람들이다.

눈뜬 봉사라는 말이 있다.  지금은 그런 인구가 없지만 50년 전쯤 내가 군대에 입대할 때만 해도 한글 해득이 안 되는 문맹자(文盲者)가 있었다. 군에 입대하는 장정(壯丁) 중에 문맹자가 있을 정도였으니, 당시의 전체 인구 중에는 문맹자가 상당히 많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 문맹자를 지칭하여 ‘눈뜬 봉사’라고도 했다.  「낫 놓고 기역(ㄱ)자도 모른다」는 말로서 인구(人口)에 회자(膾炙)하기도 했다.  말하자면 ‘낫’의 생김새가‘ㄱ’자 꼴인데도 그 ‘낫’을 보고도 ‘ㄱ’자를 모른다는 의미다.

그 눈뜬 봉사보다도 앞을 못 보는 더 불행한 사람이 세상에는 얼마든지 있다.  실제로 시각장애인으로 현실적으로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두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은 나이 들어가면서 자기대로의 인격을 갖게 된다.  그 인격은 세상을 바라보는 그 나름의 마음의 눈이 열리면서 그 눈으로 보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과정에서 자기화(自己化) 된 인격이 형성되는 것이다.

마음의 눈이 열리지 아니하면 아집(我執)은 그를 놓아주지를 아니할 뿐 아니라 옹색해진 그 자신을 점점 내면으로 조여들어서, 결국은 그를 인격적으로 질식케 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다.

내가 아는 분의 이야기다.  두뇌도 명석하고 일에 대한 집념도 대단한 성격이다.  매사를 자신의 사고의 척도에 맞추어 상대를 관찰한다.  그런 자세에서의 대인 관계는 원만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사람은 성격이나 능력이나 사고가 일률적으로 같은 표준의 척도로 측정할 수는 결코 없는 법이다.  상대를 이해하기 위하여서는 우선 나를 버리고 내가 살아오면서 경험하였던 여러 가지 경우의 사실들을 판단의 기준으로 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음의 눈이 열려야 가능한 이야기다.  이 마음의 눈은 실제의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실물보다 이해와 포용으로서 상대편의 가슴을 열게 하는 문이다.  그 마음의 문은 마음의 눈을 뜨게 되면서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열린 마음의 눈은 인생을 달관(達觀)된 경지에 이르게 한다.  마음에 평온을 가져다준다.  그 평온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받아 드릴뿐 아니라 자기 자신을 넓은 평화의 요람(搖籃)으로 인도한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든다.

마음의 눈을 뜨고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이라면 비록 그가 현실적으로는 사물을 관찰할 수 없는 앞을 못 보는 시각장애인일지라도 그는 결코 시각장애인이 아니다.  오히려 마음의 눈을 뜨지 못한 사람을 눈을 뜨고도 사물을 못 보는 사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얼마나 많은 그런 시각 장애인이 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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