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단상

[스크랩] `진통제 투혼` 김연아, 다시한번 빛 발한 승부사 기질

마음정원(寂光) 2008. 3. 21. 09:11

'진통제 투혼' 김연아, 다시한번 빛 발한 승부사 기질

2008년 3월 21일(금) 7:53 [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이석무 기자] '피겨요정' 김연아(18.군포 수리고)는 역시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비록 원했던 우승은 놓쳤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투혼을 발휘해 2년 연속 3위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빙판 위에서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부상 고통을 극복하고 이룬 결과라는 점에서 가치는 금메달 이상이다.

김연아는 21일(한국시간) 스웨덴 예테보리 스칸디나비움 빙상장에서 열린 200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피겨선수권대회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출전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123.38점을 받았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59.85점을 더해 총점 183.23점으로 아사다 마오(일본), 카롤리나 코스트너(이탈리아)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비록 총점 1위는 아니었지만 '피겨 연기의 진수'를 뽐내는 프리스케이팅에서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기량을 갖췄다는 것을 의미한다.

캐나다 전지훈련 도중 입은 고관절 부상을 안고 김연아는 전날 쇼트프로그램 연기 도중 통증이 찾아오는 바람에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 자신의 장기인 트리플러츠에서 그만 엉덩방아를 찧은 것. 무엇보다 연기 전반적으로 특유의 스피드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역동성이 크게 떨어졌다. "마치 스피드스케이팅 처럼 피겨연기를 펼친다"라고 평가받는 김연아의 연기가 전혀 살아나지 않은 것.

쇼트프로그램 5위. 지난 2007-08시즌 출전하는 대회 마다 우승을 놓치지 않았던 김연아로선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점수가 발표되는 순간 굳어진 김연아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지난 1년간 활짝 웃기만 했던 김연아에게서 찾아보기 힘든 표정이었다. 그만큼 김연아로선 위기의 순간이었다.

상황은 쉽지 않았다. 안그래도 부상 후유증 때문에 체력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쇼트프로그램에서 통증이 찾아왔다는 것은 김연아에게 전혀 반갑지 않은 소식이었다. 프리스케이팅은 쇼트프로그램보다 연기시간이 훨씬 길고 기술 난이도도 높다. 당연히 몸에 더 무리가 갈 수 밖에 없고 이는 부상부위에도 더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았다. 김연아도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마친 뒤 그런 점을 경계했다.

하지만 18세 소녀 김연아는 동시에 타고난 승부사였다. 김연아는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앞서 진통제 주사를 맞고 출전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마치 1년 전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허리통증으로 고생하면서도 허리를 테이핑으로 감싼 채 경기에 임해 멋진 연기를 보였던 것 처럼 이번에도 부상은 그녀를 힘들게 했을지 언정 앞으로 완전히 가로막지는 못했다.

김연아는 언제 아팠냐는 듯 프리스케이팅에서 한마리 새가 되어 빙판 위를 날아올랐다. 김연아 특유의 세련됨과 역동성이 되살아났다. 비록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 마지막 순간 결정적인 트리플 러츠를 성공시키지 못한 것이 뼈아팠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페이스를 떨어뜨리지 않게 안간힘을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연기를 모두 마친 김연아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 미소의 가운데에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만족감 만큼이나 힘든 과정을 이제 모두 마쳤다는 안도감도 함께 자리하는 듯 했다. 경기를 마치고 동메달이 확정되자 마치 우승을 한 듯 기뻐한 김연아의 모습에서 이번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엿볼 수 있다.

김연아의 2년 연속 세계선수권 대회 3위는 부상이라는 장애물을 딛고 이뤄냈다는 점에서 우승 이상의 가치다. 메달의 색깔과 관계없이 김연아는 세계 피겨여왕으로 전혀 손색없는 기량을 뽐냈다.

[2년 연속 세계선수권대회 3위 입상을 이룬 김연아. 사진=마이데일리 DB]

(이석무 기자 smlee@mydaily.co.kr)
출처 : 산사의 풍경소리
글쓴이 : 寂光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