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꽃잎
이제는 가야하리
그리 붉던 영혼의 향기도
저 벌판 예리한 바람의 칼날에 찢기어
무참히 지는 한 점 핏빛 멍울이 되리니
못내 아쉬운 미련 잠재워
하얀 겨울 속으로 떠나야 하리
앙상히 마른 가지마다
싸늘하게 입맞춤 하는 이별의 슬픔에
눈 부시게 아름답던 날들
그리움으로 묻어두고
죽은 듯 침묵하여야 하리
아직도 뜨거운 피 한 방울,
몸서리 쳐지도록 시린 눈보라 얼음속
마지막 한송이 고통의 불꽃을 사르고
피를 삭히어
이제 고독한 계절의
애처로운 서리꽃이 되어
쓸쓸한 가슴으로 떠나야 하리.
2005.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