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마음◈
...법 륜 스님...
결혼할 때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합
니다. 이 마음이 10년, 20년, 30년 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검은 머리가 파뿌리가 될 때까지 어려운 일이 있
거나,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
하며 서로 돕고 살겠는가?하고 주례가 물으면
"예"라고 철석같이 약속을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결혼해 놓고는 3년은 커녕, 3개월
심지어 3일을 못 넘기고 남편때문에 못 살겠다,
아내 때문에 못 살겠다, 불평불만을 늘어 놓습
니다.
그래서 결혼하기를 간절히 원했던 사람들이 함께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이고, 괜히 결혼했네.
이럴 줄 알았으면 안 하는 게 나았을걸"하고 후회
합니다. 그러면 헤어지면 되는데 많은 사람 앞에
서 약속해 놓고 안 살 수도 없어 어영부영하다가
아이가 생기니까 또 아기 때문에 헤어지지 못합
니다.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 나중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남편은 아내에게 "아이고, 웬수야"라고 합니다.
결혼하고 남편(아내) 때문에 고생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겨우 포기하면 그제야 좀 살 만해집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자식이 애를 먹입니다. 자식
이 사춘기 지나면서 어긋나고 온갖 애를 먹여서
죽을 때까지 자식 때문에 고생을 합니다. 이것이
인생사입니다.
그래서 결혼할 때는 세상을 다 얻은 듯이 기뻐하지만
한참 인생을 살다 보면 "혼자 사는 스님 팔자가 부럽
다" 이렇게 됩니다. 스님이 좋으면 처음부터 스님이
되지, 왜 결혼해 살면서 스님을 부러워합니까?
이렇게 인생이 괴로움 속에 돌고 도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결혼할 때는 서로 좋아서 합니다. 그런데
결혼할 때 마음이 어떻습니까. 선도 많이 보고 사귀
기도 하면서 남자는 여자에 대해, 여자는 남자에 대
해 이것저것 따져 봅니다. 이때의 근본 심보는 덕을
보자는 것입니다. 저 사람이 돈은 얼마나 있나, 학벌
은 어떤가, 지위는 어떤가, 성질은 어떤가, 건강은
어떤가, 이렇게 따져 가며 이리저리 고릅니다.
이것이 바로 '어떻게 하면 덕 좀 볼까'하는 마음입
니다. 손해 볼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덕 보고자 하고, 남편은 아내에게
덕 보겠다는 마음이 살다보면 다툼의 원인이 됩니다.
아내는 30%주고 남편에게 70% 덕을 보려 들고, 남편
도 한 30%주고 아내에게 70% 덕을 보려고 합니다.
결국 둘이 같이 살면서 상대에게 70%를 받으려고 하
는데 실제로는 30%밖에 못 받으니까 어떤 생각이 들
겠어요? 십중팔구 '결혼을 괜히 했다', '속았다',
'손해 봤다'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그런데 덕 보려는 마음이 없으면 어떨까요? 그런
마음이 좀 적으면 어떨까요? '내가 저 사람을 좀
도와서 잘살게 해줘야지', '저 사람의 건강이 안
좋으니까 내가 평생 보살펴 줘야겠다', '저 사람의
경제가 어려우니 내가 뒷바라지 해줘야겠다',
'아이고, 저 사람의 성격이 괄괄하니까 내가 껴안
아서 편안하게 해줘야겠다', 이렇게 베풀어 주겠다
는 마음으로 결혼하면 길 가는 사람 아무하고 결혼
해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에게 덕을 보
겠다는 생각으로 고르면, 백명 중에 고르고 골라도
막상 고르고 보면 제일 엉뚱한 사람을 골라 결국엔
후회하게 됩니다.
옛날 조선시대에는 얼굴도 안 보고 결혼해도 잘 살
았습니다. 왜일까요? 시집가면 죽었다 생각했기 때
문입니다. 죽었다 생각하고 시집을 가보니 그래도
생각보다 살 만하니까 웃고 사는 거예요. 반면 요
즘은 시집가고 장가가면서 '좋은 일이 생기겠지'라
고 기대하고 갑니다.
하지만 결혼해서 함께 살아 봐도 별볼일없으니까,
괜히 결혼했다고 후회하는 겁니다. 결혼식하고 며칠
안 지나고부터 후회하기 시작합니다. 심지어 결혼식
을 앞두고 후회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혼을 준비
하는 과정에서 신랑신부가 혼수를 구하러 다니다가
네가 옳니, 내가 옳니, 하고 의견 차이가 생겨서 벌
써 다투기 시작합니다. 이때쯤 결혼을 안 했으면 하
는 마음이 생기지만, 이미 날짜를 잡아 놔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사람들도 많이 봤습니다.
결혼식에 와서 축하해 준 하객들도 신혼부부에게 도
움을 주지는 않습니다. 다 결혼생활에 실패한 사람들
이라 새롭게 결혼한 두 사람이 잘살면 심술을 부립니
다.
"왜 바보같이 마누라에게 쥐어 사냐?"
"네가 얼굴이 못생겼니, 뭐가 부족하니, 왜 남편에게
죽어 살아?"
이렇게 옆에서 살살 부추깁니다. 결혼할 땐 박수치며
축하해 주지만 그 다음날부터는 싸움을 붙입니다.
이런 말은 절대 들으면 안 됩니다. 이것은 실패한 사
람들이 괜히 심술을 놓는 것입니다.
남이 뭐라고 하든지 자기중심을 잘 잡아야 합니다.
남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나는 남편에게 덕 되는 일
좀 해야 되겠다', 어머니, 아버지가 이러쿵저러쿵
해도 '나는 아내에게 도움이 되는 남편이 되어야겠다'
이렇게 마음을 딱 굳혀야 합니다. 괜히 애까지 낳아
놓고 나중에 이혼한다고 소란 피우지 말고 지금 생각
을 딱 굳혀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결혼생활을 잘하려면 상대에게 덕을 봐야 합니까?
손해를 봐야 합니까?
'손해 보는 것이 이익이다'
이것을 확실하게 알고 새겨야 합니다.
[스님의 주례사]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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